[테마사커] 오프사이드, 이런 속임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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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7시 00분


최근 K리그 심판판정 문제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오프사이드는 심판들 사이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규정으로 꼽힌다. 오프사이드 골 논란을 불러일으킨 3일 수원-서울의 경기 장면. 스포츠동아DB
최근 K리그 심판판정 문제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오프사이드는 심판들 사이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규정으로 꼽힌다. 오프사이드 골 논란을 불러일으킨 3일 수원-서울의 경기 장면. 스포츠동아DB
■ 영원한 숙제 ‘오프사이드’

최종수비 트랩 빠져나오고 공격수 전진 땐
볼만 쫓던 부심 눈엔 모두 오프사이드 착각

뛰어난 獨 심판도 70% 잡아내면 최고 인정
日 대표, 패스 흘려 오프사이드 돌파 하기도


오프사이드와 핸드볼 반칙은 축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최근 한국축구에서 오프사이드와 관련해 두 차례 큰 논란이 있었다. 3일 수원-서울과의 K리그 경기, 15일 성남-수원의 FA컵 결승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판정은 모두 오심이었다.

수원-서울 전에서는 수원의 오프사이드 반칙을 심판이 잡아내지 못했고, 성남-수원 전은 반대로 온사이드를 오프사이드로 잘못 판정했다. 두 경기 모두 오심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프사이드 판정은 왜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일까. 정확한 규정을 살펴보고 현역심판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본다.



● 교차의 순간 가장 힘들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규칙은 “선수가 볼 그리고 최종 두 번째 상대 선수 모두보다 상대 팀의 골라인에 더 가까이 있다면 오프사이드다”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머리와 몸, 발의 어느 부분이 가까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 팔은 포함되지 않는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모두 반칙은 아니다. 그 위치에서 자기 팀의 한 선수에 의해 볼이 터치 또는 플레이된 순간에 ①플레이에 간섭하거나 ②상대 선수를 방해하거나 ③이득을 얻을 때 주심의 견해로 처벌을 받는다.

후방에서 A가 패스를 찔러줬을 때 전방에 있던 B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만 플레이와 전혀 무관했고 온사이드 위치에 있던 C가 침투해 골을 넣었다면 반칙이 아니다. 그러나 B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상대 골키퍼 시야를 고의로 가렸거나 수비수의 움직임을 방해했다면 반칙이다.

현역 부심들이 판정을 내리기 가장 힘든 때는 최종 두 번째 수비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기 위해 빠져나오고 공격수는 볼을 쳐다보며 앞으로 전진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다. 심판들은 흔히 ‘교차’라는 표현을 쓴다.

프로연맹 박종규 경기심판위원은 “수비수와 공격수가 서로 빠져 나가고 들어오는 그 순간 간격이 순식간에 10m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잡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이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고 밝혔다.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했던 K리그 전임심판 정해상 부심 역시 “시선이 볼만 따라가다 보면 이 교차의 순간에는 모두 오프사이드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관중, 감독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부심은 볼을 패스해 주는 순간과 빠져 들어가는 공격수, 빠져 나오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모두 한 시야에 둬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반복 훈련으로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심판 자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꼽히는 독일에서도 교차의 순간 오프사이드를 10개 중 7개를 정확하게 잡아내면 최고 부심으로 인정받는다.

● 집중력 저하로 어이없는 오심

방송 중계 기술의 발달로 심판들은 혹독한 검증을 받는다. 특히 오프사이드는 방송 화면으로 최종 수비 라인이 정확히 그려지기 때문에 오심 여부가 금방 드러난다. 오심이 나왔을 경우 사안에 따라 배정 정지 등의 징계를 받는다. 매 경기 단두대에 오르는 셈이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최근 한국축구에서 논란이 된 두 번의 오심은 모두 부심들이 어려워하는 교차의 순간이 아니었다. 전문가들 모두 “어렵지 않게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집중력이 저하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큰 경기를 앞두고 크게 긴장했거나 반대로 그 순간 긴장이 풀어졌을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고의 오심에 대해 프로연맹과 축구협회 모두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 이런 속임수도 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심판을 속이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한다. 반칙을 얻어내기 위해 일부러 넘어지는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이 대표적이다.

오프사이드는 다르다. 심판의 눈을 일부러 속이는 게 쉽지 않다. 상대 진영에서 스루 패스가 들어오면 수비수들은 오프사이드라며 일제히 손을 들며 부심을 쳐다보지만 어지간하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수비수들이 으레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해상 부심은 일본대표팀 A매치 때 일본 선수들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미드필드 지역에 있는 A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B에게 패스를 찔러 준다. 누가 봐도 B는 명백히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 상대 수비수들은 일제히 손을 들며 순간 플레이를 멈췄다. B는 볼을 잡지 않고 패스를 넣은 A가 재빨리 다시 달려가 볼을 잡아 문전으로 향했다. 즉흥적이 아닌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였다.

정 부심은 “나도 순간 착각해 깃발을 들 뻔했다. 하지만 B가 볼을 잡지 않았고 그 위치에서 간섭, 방해, 이득이 없었으니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오프사이드를 활용하는 건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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