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두산 김창훈 “다시 팔을 올리면 야구 그만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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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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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던진 정통파 투구 폼 버리고 좌완사이드암 변신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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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재활 도중 팔 내렸더니 통증 사라져
스피드 고집 꺾고 “살아남자” 독한 각오

“공 던질수 있다면 0.1이닝이라도 행복”
5경기 무안타 행진 등 희소성 인정 받아


두산 김창훈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한두 명밖에 없는 ‘좌완 사이드암’이라는 희소가치로 제2의 야구인생 막을 올렸다. 각오는 다부지다 못해 비장하다. “약속했습니다. 두 번 다시 팔을 (정통파로)올리면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사이드암은 저의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좌완 사이드암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희귀하다. 언더스로였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이크 마이어스를 제외하고는 샌프란시스코 하비에르 로페즈 정도가 손꼽힌다. 한국에서도 1998년 쌍방울에 재입단한 박창현과 올해 신고선수 신분으로 친정팀 한화를 다시 찾았다가 결국 방출된 김재현,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을 오갔던 KIA 박정규(군 보류) 등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분명 매력은 있다. 좌타자 입장에서 좌완사이드암의 볼은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공이 1루에서 홈으로 날아오는 느낌을 받아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두산 윤석환 2군 투수코치도 “왼손타자에게는 공이 등 뒤에서 나오기 때문에 위력적이고 희귀성이 있다”고 했지만 “투구폼을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많아 부상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타자에게는 공이 잘 보여 난타당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내가 좌완사이드암을 선택한 이유는

김창훈은 위험을 감수하고 ‘좌완 사이드암’이라는 카드를 손에 쥐었다. 2군에서 재활하던 도중 우연히 팔을 내려서 던졌더니 어깨가 아프지 않았던 게 첫 걸음이었다. 9년간 버리지 못하는 스피드 고집도 꺾었다.

빠른 볼로 승부하던 좌완투수가 구속을 포기한다는 건 프로선수로서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것과 같은 얘기다. 그는 “솔직히 반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렸다”며 “스피드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상태에서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면 그래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0년이 넘게 해왔던 폼을 버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안될 것이라는 시선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묵묵히 땀을 흘렸고 3개월 만에 변신에 성공했다.

○원포인트릴리프라도 공을 던질 수 있다면

한 경기당 그에게 주어지는 이닝은 ‘0.1’이다. 많아봐야 0.2이닝.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좌타자를 상대할 단 한 번의 기회에 번번이 안타를 맞았고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2이닝을 던져 7탈삼진 1실점. 8일 잠실 LG전에서 2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5경기 무안타 행진 중이다.

2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최형우, 채태인을 꽁꽁 묶는 호투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아직까지 투구가 들쭉날쭉해 정착단계라는 평가를 받지만 성공사례가 없던 불모지 개척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게다가 두산 스마일맨으로 통하는 그의 얼굴 뒤에는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숨어있다. “원포인트릴리프라도 좋아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면…”이라는 말에도 벼랑끝에 선 자의 절실함이 배어있었다. 그가 좌완사이드암 원포인트릴리프로 살아남을 수 있는 아니,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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