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에 새 바람이 분다. 젊은 초보사령탑이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뛰고 대화하며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SK는 4월 신선우 전 감독이 사퇴하자 파격적으로 문경은(40)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KBL 최다승에 빛나던 거목의 자리를 내세울 것이라곤 패기뿐인 초보사령탑으로 대체한 것이다. 물론 선수시절 누구보다 화려한 명성을 과시한 스타플레이어지만 문 대행은 코치경력 역시 2년뿐인 초보지도자.
호주 멜버른에서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문 대행은 6일 “코치 때는 내가 맡은 한 가지 일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결정하고,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게 무척 많다”고 말했다.
이미 6월과 7월 각각 강원도 춘천과 경북 상주에서 체력 위주로 강도 높은 담금질을 소화했다. 호주전훈은 현지 프로 1·2부리그 팀들을 상대로 실전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의 일환. 문 대행은 상주 체력훈련 때를 떠올리며 “1주일간 매일 10km에 이르는 산악 크로스컨트리를 거르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나도 매일 비탈길을 올랐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감독인 나부터 훈련이 겁날 정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굳이 감독이 훈련에 솔선수범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문 대행이 이처럼 선수들과 동고동락을 택한 이유는 나름의 소신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는 얘기하기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구단 관계자는 “과거 나이 드신 감독님들은 훈련 때도 선수들에게 지시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문 감독은 수비전술과 공격 때 위치선정, 슈팅 타이밍 등을 몸소 보여줘 선수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감독과의 스킨십이 늘면서 훈련 분위기도 밝아지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6일 멜버른 앨버트 파크 체육관에서 진행된 오전훈련 때도 문 대행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새 용병 알렉산더 존슨과는 통역 없이 1대1로 대화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문 대행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와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 고참 주희정(34)과 황성인(35)이 앞장서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