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척 얼짱, 세계신 던져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5일 07시 00분


女 해머던지기 1인자 하이들러
체력·기술·균형감각 등 갖춰…인기몰이
대구서 사상 첫 80m 고지정복 관심집중

男 창던지기 챔프 토르킬드센
모델 뺨친 외모…노르웨이 국민영웅 등극
15년째 난공불락 세계신 98.48m 도전장

해머던지기는 대장간의 해머를 사용해 경기를 한 것이 원류로 알려지고 있다. 대장간이 사회 통념상 여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 듯이, 해머던지기 역시 한동안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남자해머던지기는 1900파리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에 포함됐지만, 여자부는 100년이 지난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여자 해머던지기 선수들이 대부분 육중한 외모(?)인 것과는 달리, 현재 여자해머던지기의 최강자는 곱상한 얼굴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 화보촬영에 나서기도 하고,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베티 하이들러(28·독일)의 얘기다.

투척종목에서도 기술이 중요함은 물론이지만, 기본적인 체격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자창던지기도 예외는 아니다. 다수의 선수들은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현역 남자창던지기의 1인자는 모델 뺨치는 미남이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아스 토르킬드센(29·노르웨이). 자국에서는 파파라치들의 표적이 될 정도의 대스타다. 여자선수와의 연애 등 사생활도 대중들의 주목을 끈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처럼 거침없는 입담도 그의 상품성을 더한다. 하이들러와 함께 투척 종목의 남녀 최고 스타인 토르킬드센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여자해머던지기 사상 최초 80m 벽 깰까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하이들러는 20세가 되던 2003파리세계선수권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65m81의 기록으로 최종 성적은 11위. 첫 대회에서는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후 그녀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했다.

1년 뒤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72m73으로 4위에 오른 뒤, 2006년 월드육상 파이널에서 75m44로 유럽 기록을 세우며 국제대회 첫 정상에 섰다. 2007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는 74m76으로 세계대회 3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09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도 그녀의 정상수성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지만, 의외의 복병에게 덜미를 잡혔다.

하이들러는 독일 최고기록인 77m12를 던졌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아니타 볼다르칙(폴란드)은 3년 만에 세계기록(77m96)을 작성했다. 결국 볼다르칙이 금메달, 하이들러가 은메달이었다. 이어 볼다르칙은 2010년 78m30으로 세계기록을 또 한번 갈아 치우며 하이들러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이들러는 2010바르셀로나유럽육상선수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볼다르칙을 3위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5월 독일 할레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는 79m42를 던져 볼다르칙의 세계기록마저 경신해 버렸다. 육상전문가들은 대구에서 하이들러가 80m의 고지를 정복하는 첫 번째 여성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해머던지기는 회전이 빠를수록 원심력이 커져 더 멀리 해머를 보낼 수 있다. 하이들러는 이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 균형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노르웨이 국민영웅, 세계신 도전

북유럽에서 창던지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중에서는 핀란드의 열기가 으뜸이다. 대표팀 카리 이하라이넨(54·핀란드) 코치는 “다수의 핀란드인들이 창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골프 클럽이나 테니스 라켓을 차에 두고 다니는 것과 같다.

2007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 창던지기 1위 테로 피트카마키(핀란드)는 핀란드여성이 결혼하고 싶은 남성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토르킬드센의 등장으로 창던지기의 무게중심은 핀란드에서 노르웨이로 넘어갔다. 토르킬드센은 창던지기 선수 출신 아버지와 여자 육상 100m 허들 노르웨이 챔피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체격조건(188cm·90kg), 근력, 스피드 등 뛰어난 재능들을 부모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이다. 11세이던 1993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창던지기에 입문한 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마침내 2001년에는 83m87을 기록해 세계주니어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잠시 정체기를 보낸 그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86m5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성인 무대도 평정했다.

2006년에는 90m13을 던져 처음으로 90m를 넘겼고 6월에는 자신의 최고기록인 91m59까지 창을 날려 보냈다. 2008베이징올림픽(90m57)과 2009베를린세계선수권(89m59) 금메달도 그의 차지. 2010유럽선수권에서도 2연패를 달성했다.

창던지기 역사상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유럽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선수는 토르킬드센 뿐이다. 15년 째 요지부동인 세계기록(98m48)을 보유한 얀 젤레즈니(체코)도 유럽선수권은 제패하지 못했다. 과연 토르킬드센이 이번 대회에서 난공불락의 세계기록도 넘어설 수 있을 지 관심사다.

일단 2011시즌 세계랭킹 1·2·4위 기록이 모두 그의 차지일 만큼 최근 페이스는 좋다. ‘노르웨이 테러’ 이후 실의에 빠진 국민들은 자국 스타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대구|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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