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왕’ 오승환 새역사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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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7시 00분


미국 359·일본 370경기보다 빨라
심리 결정구 체력 3박자 모두 갖춰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400S 도전”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통산 200세이브 기록을 세운 삼성 오승환이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의 환호에 두 팔을 활짝 벌려 화답하고 있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통산 200세이브 기록을 세운 삼성 오승환이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의 환호에 두 팔을 활짝 벌려 화답하고 있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최연소·최소경기 200S의 힘

한국프로야구가 또 한번 일본과 미국을 뛰어넘는 위대한 기록을 세웠다. 일본, 미국에 비해 역사가 한참 짧은 서른 살 한국프로야구, 그러나 최소경기 개인통산 200세이브 만큼은 한국이 최고가 되는 순간이었다.

12일 대구구장. 삼성이 KIA에 6-3으로 앞선 7회 갑자기 3루쪽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선발 윤성환이 6.2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뒤 권혁이 마운드를 지키던 상황. 오승환이 덕아웃에서 걸어 나와 천천히 몸을 풀자 9426명의 대구 관중은 삼성의 승리를 확신했다.

8회초 2사 1루. 대구구장은 다시 관중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스피커에서 웅장한 음의 ‘(쿵쿵)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터져 나오자 관중은 한 목소리로 ‘오승환’을 외쳤다. 위풍당당하게 등판한 오승환은 안치홍을 공 4개, 삼진으로 요리하고는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9회는 더 극적이었다.

김상훈∼이종범∼이현곤, 3명의 타자에게 11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만 승부했다. 김상훈은 148km 볼로 삼진, 이종범은 150km 공으로 3루 땅볼, 마지막 이현곤은 152km 빠른 공에 배트가 밀려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됐다. 모두 알고도 못 친다는 오승환의 돌직구였다.

‘머니볼’의 주인공인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은 마무리를 “한 이닝을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승환의 가치는 이닝 숫자로 표현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 300승 투수 톰 글래빈이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기록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오승환은 공 하나하나로 단순히 한 이닝이 아닌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마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 ‘소방수’ 오승환의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통산 200세이브를 축하하는 불꽃이 대구구장 전광판 상단으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승환이 인터뷰하는 도중 진짜 소방차 3대가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 ‘소방수’ 오승환의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통산 200세이브를 축하하는 불꽃이 대구구장 전광판 상단으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승환이 인터뷰하는 도중 진짜 소방차 3대가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오승환이 있기에 삼성 타선은 ‘단 1점만 앞서면 이길 수 있다’며 힘을 내고, 불펜 투수들은 ‘내 뒤에는 오승환이 있다’며 자신만만해 한다. 반대로 상대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오승환을 보면서 추격의지가 꺾인다. 특히 심리적 강인함,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확실한 직구, 불규칙한 등판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관리까지 마무리에게 필요한 3박자를 모두 갖춘 오승환인 까닭에 그 위력은 더하다.

이날 오승환은 1.1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334경기 만에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일본 최소경기 200세이브는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의 370경기, 메이저리그에선 올 시즌 6월 8일 조내선 파펠본(보스턴)이 작성한 359경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했기 때문에 최연소 200세이브는 세계기록에 뒤지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선 만 29세 28일(1982년 7월 15일생)로 종전 구대성의 37세 11개월 12일(432경기)을 크게 앞당겼다. 또 이날로 시즌 35세이브를 기록함에 따라 2006년 자신이 세운 아시아 시즌 최다 47세이브 기록 경신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오승환은 “삼성이라는 팀과 좋은 동료들,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들이 있어 가능한 기록이었다. 1세이브부터 공을 받아준 (진)갑용이 형에게 특히 고맙다. 오늘부터 다시 1세이브를 시작한다는 각오로 400세이브까지 달성하고 싶다. 그리고 많은 아마추어 투수들이 프로에서 불펜, 마무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롱런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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