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팬] 인권 보장 없는 트레이드 ‘거부’는 아직도 시기상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5일 07시 00분


‘인권’의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 프로야구계는 우리 사회의 거의 밑바닥에 가깝다. 헌법을 펼쳐 놓고 차근차근 짚어 보면 도대체 선수들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일단 구단이 일방적으로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드래프트 제도는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매년 거듭되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의 자유 의지는 무시된 채 계약 체결의 자유를 침해당하며, 합리적이지 못한 프리에이전트(FA) 제도와 비현실적인 최저 연봉은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노동자도 개인 사업자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정작 선수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은 거의 없으니…. 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인 곳이 바로 프로야구계다.

트레이드를 생각하면 더욱 심각하다. 어느 날 기분 좋게 승리하고 라커룸에 들어오자 운영팀 직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짐을 챙기라고 말한다. 십수 년간 정든 팀, 심지어 FA 신청을 포기하면서까지 남고 싶었던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떠나야 하는 순간이다.

팬들은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며 잠시 술렁이지만 곧 잠잠해지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못 이기는 척 승인한다. 이택근 때 그랬고 장원삼이 그랬으며 이현승 고원준 황재균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선수의 멍든 마음과 아픈 상처뿐이다. 이렇게까지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는 업계가 프로야구판 말고 또 존재할까?

구단은 전력 보강을 위해 당연히 트레이드를 할 수 있으며, 선수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가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청춘을 바친 팀에 남기 위해 트레이드를 거부하는 권리는, 최소한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당연히 용인되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처럼 한 팀에서 일정 기간 이상 뛴 선수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면, 선수의 기본권도 보장하면서 기형적인 트레이드가 양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장치가 되지 않을까?

물론 구단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출범할 때도 같은 말을 했고, 선수 노조가 결성되려 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제9구단이 창단될 때도 ‘시기’를 들먹였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그 ‘시기’가 오기는 올까? 언제까지 구단은 시기상조를 외치고 팬들은 구단의 재정 상태를 걱정해 주면서, 정작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이 마음 다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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