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V 지키고 싶은 자, ‘허리’를 강화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찬밥 취급 받던 홀드 타이틀 분업야구 자리 잡으며 재조명
중간계투 혹사 부작용도

2003년 프로야구 현대의 우승을 이끈 철벽 마무리 조웅천(SK 2군 코치). 그가 한국 프로야구 초대 ‘홀드왕’이라는 사실을 아는 팬은 얼마나 될까.

‘홀드’는 분업 야구의 상징이다. 선발과 마무리 투수에 대한 관심 집중도를 줄이고 중간 투수 재조명을 위해 2000년 일본 퍼시픽리그의 방식을 가져와 도입했다.

하지만 홀드는 도입 초기 야구 현장에서조차 외면 받는 기록이었다. 조웅천 코치는 “당시 홀드 타이틀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코치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 답답했다”고 회상했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홀드왕에 오른 차명주(전 한화)도 “홀드는 당시 인사 고과에도 반영되지 않는 찬밥 타이틀이었다”고 말했다.

야구 현장의 무관심은 홀드 타이틀을 껍데기만 남긴 기록으로 전락시켰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처럼 중간 투수의 홀드 기록에 대한 구단의 배려도 적었다. 2000년대 초 세이브왕과 홀드왕의 기록 차이는 두 배가 넘었다. 홀드는 ‘해도, 안 해도 그만’인 기록에 불과했다. 실제로 2000년 당시 조 코치는 구원왕 진필중(당시 두산)의 42개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개로 홀드왕에 올랐다.

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분업 야구’가 자리 잡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강한 허리를 앞세워 지키는 야구가 확산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투수가 늘었다. 2005년 이재우(28개), 2006년 권오준(32개) 등 홀드왕들의 기록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때다.

두산 ‘KILL(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 삼성 ‘안정권(안지만-정현욱-권혁)’, KIA ‘SKY(손영민-곽정철-유동훈)’ 라인 등의 애칭은 중간 투수에 대한 달라진 관심을 보여준다. 올 시즌에는 18일 현재 최연소 통산 홀드 신기록 타이(103개)를 기록하고 있는 정우람(SK)의 맹활약으로 홀드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홀드 전성시대의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중간 투수들의 투구 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홀드왕 류택현(전 LG)은 “한국 불펜진은 80∼90경기에 투입되는데 50경기 내외만 던지는 미국에 비해 혹사당하는 측면이 있다”며 “야구는 잘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 (정)우람이도 젊었을 때 너무 많이 던져서 나중에 나처럼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