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의 MLB 수다] 1달러 티켓 100장 팔기 프런트 첫미션은 스킨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5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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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마케팅

뉴욕 메츠에 입사한 지 1주일 정도 됐을까. 모든 게 어리바리한 내게 아주 충격적인 프로젝트(?)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은 단돈 1달러로 디스카운트된 경기 티켓 100장을 손에 쥐어주며 길거리에 나가 다 팔기 전에는 사무실에 들어오지 말라는 마케팅 담당 부장의 지시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데다 약간은 황당하기도 해 내심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그래도 나도 이젠 명색이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인데…. 이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라는 거야 뭐야?’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건 나만이 겪어야 했던 통과의례는 아니었다. 마케팅 부서의 모든 신입 사원들은 꼭 한번은 겪어야 되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1달러 짜리 티켓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야만 했을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의외로 뜻이 깊은 관례이자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

첫째, 팬들을 알자. 마케팅의 기본은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메이저리그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해서 절대 예외는 아니다. 원래 가격보다 엄청나게 싼 1달러 짜리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천원 짜리 공짜티켓’이나 다름없다. (1달러가 아니라 아예 무료로 나눠줄 수도 있지만 그건 세법 때문에 절차가 아주 복잡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의 거저 티켓을 얻게 된 팬들은 아주 반갑게 대해주었고 나름대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팬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팬들이 원하는 것, 또 그들이 얼마나 뉴욕 메츠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가 됐다.

둘째, 팬들은 왕이다. 프런트가 절대 ‘갑’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프런트는 양복을 입고 멋있게 야구장을 드나들 수는 있지만 팬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또 그들의 소중함을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모시게 될 고객을 잘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리고 무슨 마케팅을 한단 말인가? 그런 차원에서 길거리 마케팅은 꼭 필요한 교육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길거리에서 1달러 티켓을 다 판 뒤 사무실에 도착한 내게 부장은 아주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오늘 자네가 만난 팬들을 항상 기억하며 앞으로 업무에 임하도록….”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소중한 추억이다. 스포츠 마케팅하면 제리 맥과이어나 좀 더 화려한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화려한 부분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팬과 팀 사이에서 연결 고리가 되어주고 그 관계의 끈끈함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MLB가 추구하는 마케팅 원칙이다. 팬들의 귀와 입이 돼주는 것, 그게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기본이다.

Special Contributor (트위터 @dk_blue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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