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엔씨’ 9구단 성공 열쇠? ‘애리조나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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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7시 00분


ML신생팀 성공사례를 통해 본 9구단 과제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한 애리조나
리그진입 2년전 발빠르게 명장 쇼월터 영입
전권 위임…베테랑 영입·신인 육성 가속도

유니폼 사전제작 신생팀 마케팅 좋은 선례
기존구단들파격적 선수지원 중요한 변수로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스포츠동아DB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30주년이 되는 2011년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리그 확장은 프로야구가 수익을 내며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제 9구단이 성공적 리그 진입에 실패할 경우 전체적인 수준 저하로 적지않은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한다.

그만큼 앞으로 2∼3년은 엔씨소프트와 전체 프로야구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선수수급 문제에 대해서 기존 구단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연고지로 확정된 창원시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와 연고지 지역 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존 구단, 연고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팬들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스포츠동아는 엔씨소프트와 한국프로야구가 어떻게 안전하고 빠른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생팀으로 평가받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애리조나는 1961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창단된 14개 팀 가운데 가장 빠른 기간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리그진입 2년 전에 최고 인기 감독을 영입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1998년 창단해 4년 만인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창단 사례로 꼽힌다. 2001년 우승 때 김병현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애리조나는 당대 최고 투수였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을 영입하면서 단 시간에 정상권 팀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성공스토리는 리그진입 2년 전 당시 가장 주가가 높았던 최고 인기 지도자 벅 쇼월터 감독을 영입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쇼월터 감독은 1992년 오랜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뉴욕 양키스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양키스는 이듬해 5년 만에 5할 승률을 기록했고 1995년 1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 쇼월터는 1995년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 후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갈등으로 양키스를 떠났다. 그러나 그가 뿌린 씨앗은 후임자 조 토리 감독 때 결실을 맺었고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신생팀 애리조나는 다른 구단과 치열한 경쟁 끝에 쇼월터를 영입했다. 양키스를 떠난 후 많은 러브콜을 받던 쇼월터에게도 신생팀 사령탑은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선수단 구성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쇼월터를 창단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쇼월터는 안정적인 선수 육성, 팜 시스템을 통한 강팀 육성에 공을 들였다. 구단은 이와 함께 리그 진입 후 랜디 존슨을 비롯해 스티브 핀리 등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며 육성과 영입 모두에서 전력을 기울였다. 애리조나의 쇼월터 영입은 리그 진입 2년 만인 1999년 시즌 100승, 지구우승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쇼월터는 육성보다 FA영입에 더 관심이 많았던 프런트와 뜻이 달라 3년 만에 감독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설계하고 기초를 다진 애리조나 전력은 이듬해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엔씨소프트는 2011시즌 후 감독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1군 진입 시기는 2013년과 2014년이 논의되고 있지만 2013년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프로야구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애리조나는 이미 엔씨소프트의 계획보다 1년 앞서 인기 감독을 영입해 선수단 구성 전권을 맡긴 셈이다.

○창단 3년 전에 시작된 유니폼, 모자 판매

3월31일 창원에서 열린 엔씨소프트의 제9구단 창단 승인 기자회견. 단상에 선 김택진 구단주(왼쪽)는 약 20여분 간 야구에 대한 자신의 추억과 열정에 대해 말했다. 그 진정성이야 말로, 제9구단의 가장 큰 힘이다. 스포츠동아DB
3월31일 창원에서 열린 엔씨소프트의 제9구단 창단 승인 기자회견. 단상에 선 김택진 구단주(왼쪽)는 약 20여분 간 야구에 대한 자신의 추억과 열정에 대해 말했다. 그 진정성이야 말로, 제9구단의 가장 큰 힘이다. 스포츠동아DB

신생 구단의 성공적 진입을 위한 필수 조건에는 경기력 뿐 아니라 팬들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엔씨소프트의 연고지 창원시 인구는 2010년 통계로 108만 명이다. 2361만 명 규모의 수도권에 자리 잡은 두산, LG, SK, 넥센, 340만 부산의 롯데, 244만 대구 삼성 뿐 아니라 149만의 대전 한화, 146만 광주의 KIA와 비교해도 연고지의 인구수가 가장 적다. 특히 삼성, 한화, KIA는 각각 경북, 충청권, 전라남북도까지 사실상 연고지나 다름없다.

엔씨소프트 주위엔 108만 명의 울산, 창원시를 포함해 인구수가 315만 명인 경상남도가 있지만 상당수가 이미 롯데 팬이다. 엔씨소프트에게는 창단 초기 팀 마케팅이 성공적인 리그 안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아직 아무런 실체가 없는 신생구단에게 마케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아무도 그 주인공이 정해지지 않은 유니폼을 창단 승인 직후에 이미 제작해 마케팅에 활용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팀 이름 공모를 시작했다. 창단 승인 직후 온라인에 팬 모임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창단 작업을 주도한 이재성 상무가 이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IT기업다운 발 빠르고 폭 넓은 대응이다. 애리조나의 선례를 활용해 유니폼 제작에도 속도를 낸다면 2011시즌 혹은 2012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엔씨소프트 유니폼과 모자를 입고 야구를 즐기는 팬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수가 몇몇 소수에 불과하더라도 높은 마케팅 효과는 물론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리그발전을 위한 기존 구단의 파격적인 지원

1997년 동시에 창단한 애리조나와 탬파베이 레이스는 각각 가입금 1억 3400만 달러를 기존 28개 구단에 지급했다. 그리고 보호선수 15명을 제외한 1라운드, 18명을 제외한 2라운드, 21명을 제외한 3라운드를 통해 각각 35명의 선수를 확보했다. 메이저리그 1군 엔트리가 25명임을 생각하면 각 기존 구단은 전체 리그 발전을 위해 상당히 파격적인 출혈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1, 2라운드는 각 구단의 확실한 주전, 3라운드도 팀의 핵심 전력이었다. KBO와 기존 구단이 제9구단 선수수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현 규정은 보호선수 20명 외에 1명 지원이다. 현 상태로는 엔씨소프트가 아무리 정성껏 준비해도 1군 안착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목표대로 1000만 관중과 흑자전환으로 산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생팀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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