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장석 넥센 대표 “김시진감독과 파격계약? 1년전 합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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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팬들이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3월 김시진 감독의 3년 재계약 발표 전과 후가 다르다. 아직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단기차익을 노리고 프로야구에 뛰어든 투자자라는 이미지는 확실히 지워지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넥센팬들이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3월 김시진 감독의 3년 재계약 발표 전과 후가 다르다. 아직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단기차익을 노리고 프로야구에 뛰어든 투자자라는 이미지는 확실히 지워지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황재균 트레이드로 서먹했던 건 사실
장원삼 보낼때 오히려 지원사격 감동

성적부담 덜어드리려 계약 조기 매듭
김시진 감독님 미소 찾아드리고 싶다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땐 공격적 투자
히어로즈 이장석(45)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프로야구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많은 팬들은 반신반의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쯤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는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히어로즈는 4년 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약 3년 만에 도태됐던 삼미, 청보의 생존기간보다 더 긴 것이다. 넥센은 3월28일 또 하나의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트레이드가 아니라, 감독 재계약 건이었다. 올시즌 종료 후, 김시진(53) 감독에게 3년 간 더 지휘봉을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던 점을 감안하면, 전례가 없던 일. 안티 팬들조차 이 대표의 선택을 반겼다. 이 대표는 왜 김 감독을 택했을까. 홈 개막전이 열린 5일, 이 대표를 만났다.

-재계약 발표시점과 조건 등이 파격적이다.

“감독님께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서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사실 재계약에 합의를 본 시점은 이미 1년이 넘었다.(이 대표는 2009년 12월 이택근 트레이드 직후 처음 재계약 의사를 전달했고, 3주 뒤 김 감독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계약조건(계약금3억·연봉3억)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드려야 하는데…. 감독님께서 우리 팀에 부임하실 때(2009년) 이미 초보감독이 아니었다. 현대에서도 1년(2007년) 하셨지 않나. 그런데도 신인감독의 조건(계약금 2억·연봉 2억)으로 계약을 했다. 당시 우리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너무 적게 받으셨다.”

-한 때 감독과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솔직히 사실이다. 황재균 트레이드 때(2010년 7월) 가장 악화됐다. 당시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직접 나서서 황재균 영입을 원했다. 하지만 우리 감독님과는 많이 상의를 하지 못했다. 트레이드에 대한 소문이 날까봐 그랬다. 그 점이 많이 서운하셨을 것이다.”

-어떻게 관계를 복원했나?

“어렵지는 않았다. 서운한 것들을 듣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달했다. 구단을 많이 이해해주셨다. 사실 내가 감독님께 가장 감동을 받았던 때를 꼽자면, 장원삼 트레이드 시점이다. 내게는 3가지 인격이 있다. ‘팬으로서의 나’, ‘오너로서의 나’,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나.’ 결국에는 경영자로서 중심을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도 내가 싫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장원삼 트레이드 때 도리어 나를 ‘서포트’하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분 속이라고 안 타들어갔겠는가. 감독님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분이다.”

-감독과 처음 만난 때를 기억하나?

“2008년 6월이었다. 목동에 경기감독관으로 오셔서 처음 인사를 했다. ‘네, 네.’ 감독님 특유의 예의바른 대답이 이어졌는데 뭔가 슬픈 기운을 느꼈다. 히어로즈가 창단하면서 감독직에서 옷을 벗으신 분이 아닌가.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감독님은 사실 창단 감독 물망에도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내가 야구단을 너무 몰랐다. 메인스폰서를 구하기 바빠서 팀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때 한 번 감독님과의 만남이 늦어졌기 때문에, 더 간절한 인연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재계약 기간 동안 감독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갈 것인가?

“현역시절 감독님만큼 야구 잘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1년이면 5∼6번 술 잔을 기울이지만 그 때도 야구얘기만 하는 분이시다. 지도자로서도 ‘자신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매번 인상을 쓰고, 찡그린 얼굴만 본다. 8개 구단 감독 중에 가장 웃음이 없으신 것 같다. 감독님의 미소를 찾아드리고 싶다. 프로야구에는 감독과 사장의 반목이 심한 팀도 있고, 때로는 감독 혼자서 외로운 길을 가는 팀도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감독과 사장의 신뢰 관계’ 이것 하나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타 구단의 경영진에게는 현재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김시진 감독-나-단장 체제로 계속 갈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볼 수 있다. 당장 우리가 거액의 FA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벌 팀들이 우리에게 선수를 뺏기겠는가. 그래서 필요한 전력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다. 단, 그때는 철저히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트레이드를 할 것이다.”

-구단 상황은 많이 좋아졌나?

“가입금을 포함해서 초기 2년 동안 약350억의 적자를 봤다. 거의 대부분을 사재(私財)를 털어 메웠다. 하지만 2010년에는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 170억 정도를 썼고, 매출은 155억 정도 됐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고 했는데, 조금 어려웠다. 올 시즌에는 손익분기점이 목표다.”

-그 다음 목표는 흑자인가?

“지금도 돈을 알뜰하게 쓰고 있다. 당분간은 굳이 흑자를 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라고 생각하고 매출 220∼230억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수익이 나는 만큼 쓰는 돈도 늘릴 것이다.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만약 좋은 매각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있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게 자라오지는 않았다. 명예와 프라이드 등 더 중요한 가치들도 있다. 우리 구단의 선수들을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내 가족들도 지지해주고 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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