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새사령탑 릴레이인터뷰] 부산 안익수 “참고 또 참아라…인내의 축구 할 것”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1일 07시 00분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새 사령탑을 맡은 안익수 감독은 짧은 시간에 성적을 내기보다는 장기 플랜을 통해 선수들과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축구를 할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새 사령탑을 맡은 안익수 감독은 짧은 시간에 성적을 내기보다는 장기 플랜을 통해 선수들과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축구를 할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팬을 위한 재미있는 축구’는 모든 감독들이 추구하는 목표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새롭게 부산 지휘봉을 잡은 안익수(45) 감독에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물었다.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주저 없이 “참고 또 참아야한다”고 말했다.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기다림이 없으면 원하는 축구, 발전된 축구도 없다. 어떤 과정이 와도 기다려줘야 한다.”

● 인내의 힘

안 감독은 축구인 가운데 최고 달변가 중 한명이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졌듯 축구 지식이 풍부하고 설명이 논리 정연하다. 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끌 줄 안다.

‘인내’란 단어는 짧지만 그의 축구 철학을 함축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인내’의 힘을 체득했다. 대표적인 게 여자축구다.

안 감독은 2006년 여자 실업팀 대교 코치와 감독을 시작으로 2007년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 플랜을 세웠다.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묵묵하게 추진했다. 안 감독이 옳았다. 지소연(고베 아이낙), 전가을(현대제철) 등 현 여자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바로 안 감독이 인내심을 갖고 길러낸 이들이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시간을 주면 언젠가는 변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 부산 선수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올해 안에 자리를 잡고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는 내가 추구하는 색깔이 나올 것 같다.”

안 감독이 부산 구단주 앞에서 “짧은 시간 내에 성적을 내고 싶다면 저를 쓰지 마시고 유소년을 키우고 지역민과 스킨십을 늘리면서 팀의 체질을 바꾸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저를 써 달라”고 요청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K리그에서 이례적인 4년 계약은 이렇게 해서 이뤄졌다.

● 선수와 구단의 브랜드 가치 상승

안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어떤 것일까.

그는 “세밀한 축구, 패스 위주의 경기.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팬들이 모여 들어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축구.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의 권익과 가치가 상승하는 축구”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선수와 구단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단어를 자주 반복했다.

유소년 축구의 활성화도 빼놓을 수없다. “유소년 축구가 프로의 젖줄이 돼야 한다. 부산 구단 역시 그 전에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해 오셔서 기틀이 잘 잡혀 있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실태 파악을 하는 중이다. 유소년 지도자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같이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 감독으로서 책임감

안 감독은 작년 12월 5일 FC서울 수석코치로 팀 우승을 이끈 뒤 4일 뒤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 구단에서 12월 15일까지 휴가를 줬지만 일찌감치 팀 훈련에 합류했다.

“(올 시즌이 다 끝나기 전 부산 감독 발표가 난 것은) 서울과 부산 모두가 저를 배려해 준 결과다. 서울에는 우승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을 했으니 부산에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 팀을 이끄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1년. 피곤할 법도 하지만 “수험 공부하다가 합격하면 그 동안이 시름은 다 잊혀지지 않느냐. 새로운 일을 시작하니 행복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 감독의 선수시절 별명은 ‘터미네이터’였다. 지금도 강렬한 눈매와 떡 벌어진 어깨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는 “모두 옛날 말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선수시절보다 5kg 이상 체중이 줄었다.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차츰차츰 살이 빠진다. 감독이 갖는 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지 줄어드는 체중이 말해주는 듯 하다. 하루하루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