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 경기/金만큼 값진…]쓰러진 그 얼굴에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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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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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트라이애슬론 銅장윤정

《메달 색깔은 달라도 쏟아낸 땀의 양은 같다.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듣지 못해도 좋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해도 괜찮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면 그대는 ‘챔피언’이다. 누군가는 그대의 땀에 감동했고, 그대의 눈물에 같이 울었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대가 삶의 목표가 됐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녀의 이름은 장윤정(사진)이다. 전 국민이 좋아하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 웹 포털사이트에 ‘장윤정’을 치면 가수 장윤정 관련 기사와 사진이 가득하다. ‘트라이애슬론 장윤정’ 또는 ‘철인3종 장윤정’을 쳐야만 겨우 그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윤정(22·경북체육회)은 13일 광저우 아시아경기 트라이애슬론 여자 동메달을 따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동시에 하는 스포츠. 일반인들에게는 ‘철인’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는 아이언맨 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만 잘 알려져 있기 때문. 올림픽 종목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로 이뤄진다.

장윤정의 동메달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에 큰 의미가 있다. 1997년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창설 이후 올림픽, 아시아경기 등 엘리트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첫 메달이기 때문이다. 14일 벌어진 남자 경기에서 금메달 기대를 모았던 허민호(20·SC제일은행, 동서울대학)는 5위에 그쳤다.

13일 장윤정은 사이클이 끝나고 마라톤이 시작될 때까지 선두를 달렸다. 깜짝 금메달이 기대됐지만 내리막길이 시작되자 일본의 아다치 마리코와 쓰치하시 아카네에게 따라잡혔다. 최종 기록은 2시간7분52초. 1위 아다치에게는 2분 넘게 뒤졌다. 장윤정은 “마라톤 코스가 고저가 심해 막판 레이스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승선 통과 후 바로 쓰러졌다. 하지만 기운을 차린 뒤 “목표를 이뤘다. 결과에 만족한다”며 미소 지었다.

장윤정이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건 2007년 영남대에 입학하고 나서다.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그는 원래 수영 선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TV에서 트라이애슬론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는 한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소원을 이뤘다. 그는 “닫힌 레인에서 벗어나 바다를 헤엄치고 사이클과 달리기를 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게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힘든데 인기도 없는 종목의 전문 선수로 뛴다는 데에 부모님은 반대했다. 부모님은 ‘취미 생활이면 몰라도 고생할 게 뻔한 선수 생활’을 우려했다. 그 역시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다.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묻자 그는 머뭇거리더니 “기자한테는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그는 “사실 운동을 그만두는 게 다음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따고 보니 더 큰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 진로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결승선 통과 뒤 펑펑 쏟은 눈물에 담겼을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주위에서 ‘안 될 것’이란 얘기에 상처받은 그였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듯했다. 하지만 조금씩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저는 지금 천천히 제 삶의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목표는 아마 올림픽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가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저도 언젠가는 장윤정 하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아시아경기 기간이라 이제 ‘장윤정’을 검색하면 ‘트라이애슬론 장윤정’이 먼저 나온다. 대회가 끝나면 다시 바뀔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1순위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

광저우=한우신 기자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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