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그대들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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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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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최전성기는 언제였을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직후가 아닐까 싶다.

올림픽 메달 이후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한 여자배구는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뤘다.

상대 코트에 날카로운 스파이크를 꽂아 넣던 '작은 새' 조혜정을 비롯해 세계적인 세터 유경화와 유정혜, 변경자, 이순복, 윤영내, 백명선 등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이 뛰는 여자배구 실업리그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던 팀은 미도파였다. 1969년 국세청 팀으로 창단 한 뒤 대농을 거쳐 미도파로 팀 이름이 바뀌면서 여자배구의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미도파가 팬들의 관심을 끈 가장 큰 이유는 국세청 시절부터 연승행진을 했기 때문.
선수 시절의 조혜정.
선수 시절의 조혜정.

미도파는 국세청, 대농을 거치면서 1980년까지 18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몇몇 배구 전문가들은 이 연승 기록에 대해 181연승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배구 계에서는 184연승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연승 기록이 깨진 것은 1980년 4월21일이었다.

광주에서 열린 제35회 종별배구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C조 예선. 미도파는 권인숙 정현임을 앞세운 선경에 0대3으로 완패를 당했다.

당시 미도파에는 윤영내 임해숙 김화복 곽선옥 등 막강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지만, 주 공격수인 김화복이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신흥 강호 선경에 패하고 말았다.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 중 한명인 윤영내.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 중 한명인 윤영내.

미도파의 연승 기록이 깨진 이후에도 여자배구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남자 팬들의 전폭적인 성원 속에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2005년 8월 프로 화를 선언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발전을 해왔지만 1990년대를 고비로 인기는 점점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여자배구의 인기 하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일본에 밀리는 것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한테도 덜미를 잡히는 일이 종종 생길 정도니….

여자배구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한 뒤 16년 째 아시아 정상을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 최고 라이트 공격수로 꼽히는 변경자.
한국 여자배구 최고 라이트 공격수로 꼽히는 변경자.

현재 여자배구대표팀 선수 면면을 보면, 190㎝대의 장신만 김연경 김세영 양효진 이렇게 세 명이나 되는 등 체격 면에서는 과거 대표선수들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도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야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승부 근성과 투혼이 예전 선수들에 비해 요즘 선수들은 부족하다"며 "프로 경기 때 경기장을 찾아오는 관중 중에는 경기 보다는 슈퍼모델 뺨치는 얼짱 여자선수들을 보러 오는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탄식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10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 대회에서 한국 여자배구가 오랜만에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5연속 패배의 수모를 안겼던 중국을 3대0으로 완파하는 등 현재 4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만리장성처럼 높아 보였던 중국을 완파함으로써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6년 만의 정상 탈환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멋진 여자선수들이 코트에서 펼치는 화려한 고공 쇼. 여자배구 제2의 전성기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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