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투르 드 DMZ-서울]철조망… 피의 현장… 60년 상처 보듬은 사이클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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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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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통일전망대∼평화의 댐

‘투르 드 DMZ∼서울’ 스타트… 평화의 두 바퀴, 내일까지 금단의 땅을 달린다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비무장지대(DMZ)에서 전쟁의 상흔을 씻고 평화를 염원하는 은륜의 레이스가 열렸다. 사상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달리는 2010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육군 강원도 경기도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 공동 주최)가 2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2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대회 첫날 레이스에 나선 102명의 건각은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동부전선을 따라 평화의 댐까지 184km를 달렸다. 세계 각국의 은륜 스타들이 레이스의 분수령인 을지전망대(해발 995m)로 이어지는 미시령 옛길을 오르고 있다. 인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투르 드 DMZ∼서울’ 스타트… 평화의 두 바퀴, 내일까지 금단의 땅을 달린다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비무장지대(DMZ)에서 전쟁의 상흔을 씻고 평화를 염원하는 은륜의 레이스가 열렸다. 사상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달리는 2010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서울시 육군 강원도 경기도 대한사이클연맹 동아일보 공동 주최)가 22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2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대회 첫날 레이스에 나선 102명의 건각은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동부전선을 따라 평화의 댐까지 184km를 달렸다. 세계 각국의 은륜 스타들이 레이스의 분수령인 을지전망대(해발 995m)로 이어지는 미시령 옛길을 오르고 있다. 인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60년 전 피로 물들었던 비무장지대(DMZ). 6·25전쟁 이후 대립과 긴장만이 흐르던 이곳에 22일 곱게 물든 단풍 사이로 은륜(銀輪)의 물결이 넘실댔다. 세계 102명의 선수들이 평화의 염원을 담아 204개의 바퀴로 만든 퍼포먼스. 평소 굳게 닫힌 채 제한된 인원만을 출입시키는 민간인 출입 통제선도 이날은 선수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사상 최초로 DMZ에서 열린 2010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 대장정의 첫날 선수들은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화천군 화천읍 평화의 댐 184km 구간을 힘차게 달렸다.

이날 코스에는 을지전망대, 펀치볼, 제4땅굴, 도솔산, 파로호 등 전쟁의 상흔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들이 즐비했다. 또 양구 ‘피의 능선(Bloody Ridge)’과 양구, 인제 사이의 ‘단장능선(Heartbreak Ridge)’ 등 주요 격전지도 포함됐다.

이날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만든 곳은 해발 995m까지 오르내려야 했던 가칠봉 을지전망대 구간. 가칠봉이 있어야 금강산 1만2000봉이 완성된다는, ‘더할 가(加)’자를 쓰는 그 가칠봉이다. 금강산의 한 봉우리일 만큼 아름답지만 가칠봉에서는 6·25전쟁 때 40여 일간 고지 주인이 6차례나 바뀌는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

민통선 지나 미시령을 향해 2010 투르 드 DMZ∼서울에 참가한 102대의 자전거가 대회 첫날인 22일 1코스의 시작점인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민통선을 지나고 있다. 육군 헬리콥터의 도움을 받아 항공 촬영했다. 고성=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민통선 지나 미시령을 향해 2010 투르 드 DMZ∼서울에 참가한 102대의 자전거가 대회 첫날인 22일 1코스의 시작점인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민통선을 지나고 있다. 육군 헬리콥터의 도움을 받아 항공 촬영했다. 고성=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힘들게 되찾은 덕분에 가칠봉 아래 펀치볼도 남한 땅이 됐다. 양구군 해안면의 펀치볼은 함지박처럼 움푹 파인 분지다. 6·25전쟁 때 외국 종군기자들이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1956년 150가구가 입주해 지뢰와 불발탄이 가득한 땅을 옥토로 바꿔놓았다. 인근의 도솔산은 한국 전쟁사에 길이 남을 승전의 현장이다. 도솔산은 한국 해병대 제1연대가 1951년 6월 4∼24일 북한군 2개 사단을 격퇴하고 탈환한 곳.

최종 도착지인 평화의 댐은 분단의 대표적 산물이다. 1980년대 북한이 금강산댐 건설을 추진하자 수공(水攻)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금강산댐의 위협이 부풀려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평화의 댐 상층부에는 평화의 종이 설치돼 있다. 화천군이 세계 60개국 분쟁지역의 탄피와 종을 녹여 만든 37.5t(1만 관) 규모의 초대형 종이다.

이날 코스를 완주한 정은성(가평군청)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주위 경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면서도 “DMZ에서 처음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게시케 시몬(독일)은 “산과 바닷가에 쳐진 철조망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며 “의미 있는 대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전창범 양구군수는 “접경 지역의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메울 수 있는 값진 대회로 평가한다”며 “베일에 싸인 DMZ의 모습을 이 같은 대회를 통해 자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구=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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