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국 여성들의 뛰어난 스포츠 DNA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11:33수정 2010-09-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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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들과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이 때 느낀 점은 이들이 힘을 쓰는 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남성 못지않다는 것이다.

체격이 좋은 데다 뼈대도 튼튼한 미국 여자들은 물건을 옮기는 등의 힘이 필요한 일에서는 어지간해서는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곤 했다.

당시에는 "아~, 이래서 서양 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자신 있게 외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서양 여성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구도 작고 가냘픈 우리나라 여성들이 운동을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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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은 세계에서 스포츠를 가장 잘하는 여성 군(群)에 들어간다. 특히 구기 종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는 그간의 국제대회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은 한국 스포츠 사에서 남자 선수들에 앞서 세계만방에 그 위력을 떨쳐왔다.

1967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은메달 획득의 주역인 박신자(오른쪽)와 신항대(왼쪽).
1967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박신자 김추자 등이 주축을 이룬 한국여자대표팀은 소련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박신자는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가 남녀를 통틀어 구기 종목 세계대회에서 처음 따낸 은메달이었다.

1973년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이에리사와 정현숙이 나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이 정부 수립 후 구기종목에서 처음으로 이룬 우승.

또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동메달을 따냈다. 이 또한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이었다.

배드민턴에서는 1981년 황선애가 전영오픈에서 우승해 첫 메이저대회 제패를 이뤘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여자 핸드볼팀이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여자핸드볼팀 경기 장면.
1990년대 들어서는 '골프 낭자군'이 그 위력을 드러냈다. 박세리가 1998년 LPGA투어 US오픈에서 우승하며 한국 골프 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 김미현 박지은 장정 신지애 등이 세계 여자 골프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전통이 있기에 199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에서 적극 육성에 나선 여자축구가 10여 년 이상 이렇다할 성적을 못 내고 있을 때 "왜 여자축구만 안되나"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마침내 여자축구에서도 한국 여성들이 그 위력을 드러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은 앞으로 한국 여자축구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앞으로 이들이 주축을 이뤄 출전할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5년 여자축구 성인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한국대표팀.

한국 여성들이 이처럼 스포츠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로는 우선 강한 인내력을 꼽을 수 있다. 서양 여성들에 비해 한국 여성들은 천부적으로 참고 견디는 힘이 뛰어나다. 이런 DNA를 바탕으로 한국 여자 선수들은 장기간의 힘든 훈련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

인내력과 함께 근성과 정신력에서도 서양 여자 선수들을 앞선다. 체력적으로 한계 상황이 와도 한국 여자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상대보다 한발을 더 뛰는 덕분에 승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한국 여자 선수들의 근성과 정신력이 뛰어난 배경에는 국내의 경우 스포츠에서 부유한 집 딸들이 운동에 뛰어드는 사례가 드물고, 이 때문에 어떻게든 운동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승부욕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와 함께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를 꼽을 수 있다. 여자 선수들의 성공 스토리가 나올 때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딸의 성공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한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한국 스포츠만의 독특한 상황이다.

어쨌든 세계 스포츠를 주름잡은 여성들 덕분에 한국 남성들은 더욱 행복하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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