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에세이] 승부조작 근절? 현장의 소리를 들어라!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17 07:00수정 2010-09-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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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의 화두는 ‘공정한 사회’다.

‘공정’ 모르면 간첩 소리 듣기 십상이다. 공정이 사회 전반을 휘몰아치면서 잣대도 한결 엄격해졌다. 최근 불거진 장관 딸의 특채 논란도 공정의 회초리에 호되게 당한 케이스다.

그런데 공정이 강조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방증이다. 불공정하면 할수록 공정의 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정의를 갈망하는 민심의 투영이 아닐까.

그렇다면 스포츠는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액면만 놓고 보면 스포츠는 가장 공정하다. 결과(스코어)로 말하기 때문에 거짓이 없다. 똑 같은 룰 속에 똑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공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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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포츠 또한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다. 과정이 문제다. 결과가 나오기 전 단계에서 사단이 나기 일쑤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공정도 빼놓을 수 없는 논란거리다.

최근 불거진 고교축구의 승부조작 의혹은 학원 축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신성해야할 학원 스포츠에서 이런 구린내를 풍겼다는 자체만으로도 슬픈 현실이다.

실력이 비슷한 팀 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후반 막판 9분 동안 5골을 내준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16일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는 “정황 증거를 종합해볼 때 승부 조작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흡하지만 그 결정을 믿고 싶다.

해당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쪽은 선수들이다. 전도양양한 그들은 평생 승부조작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한다. 스포츠를 통해 승부는 물론이고 인성과 인생을 배워야할 그들이 스포츠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더 이상의 희생양을 만들지 않는 것이 기성 축구인들의 책임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것이다.

‘봐주기는 다반사’ ‘승부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들이 만연되고 있는 사실을 윗분들은 귀담아 들어야한다. 그런 다음에 진정한 방지책이 나와야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승부조작이 고교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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