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들은 왜 이적시장서 물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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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7시 00분


문닫은 유럽 이적시장 성적표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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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체는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게 루머였을 뿐이다.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예상 밖으로 너무 조용하게 끝났다. 리버풀, 첼시, 에버턴, 풀럼, 애스턴 빌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았던 박주영(AS모나코)은 팀에 잔류했고, 이청용(볼턴) 역시 리버풀의 손짓을 뿌리치고 연봉 재협상을 마무리했다. 반면 한국처럼 원정 월드컵 16강의 기적을 일궈낸 ‘아시아 라이벌’ 일본은 많은 J리거들이 유럽 무대를 밟아 대조를 이뤘다.

韓 이청용·박주영 등 소문만 무성
소득은 적어…차두리는 셀틱행
빅리그 고집 꺾어야 유럽 이적


○썰렁한 한국 활발한 일본

유럽 이적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매년 여름이다. 구단들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활발하게 영입 작업을 전개한다. 겨울시장도 있으나 시즌 도중의 선수 영입은 확실히 실력이 검증된 즉시 전력감이 아닌 이상, 아시아권 선수들은 거의 제외돼 왔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소문이 풍성했다. 4년 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월드컵 특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철저히 정체됐고, 일본 선수시장은 활발했다.

한국은 많은 선수들이 ‘영입 대상’에 올랐다는 설이 흘러나왔지만 차두리의 스코틀랜드 셀틱 이적과 대표팀 중앙 수비수 듀오 이정수-조용형이 중동으로 진출한 게 전부였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몸담게 된 리그가 다양했다. 무엇보다 고른 분포가 특징이다. 아베 유키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레스터 시티,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는 벨기에 리에르세, 나가토모 유토는 이탈리아 체세나, 우치다 아스토는 독일 샬케04, 마키 세이치로는 러시아 암카르 페름, 소마 다카히토는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코트부스 이적을 택했다. 야노 키쇼도 독일 분데스리가 1부 프라이부르크에 둥지를 틀었다. 물론 일본도 불발에 그친 경우도 꽤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혼다 케이스케. 러시아 명문 클럽 CSKA모스크바에서 활약 중인 혼다는 월드컵 맹활약을 발판 삼아 AC밀란 등의 손짓을 받았으나 박주영처럼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대부분이었다.

日 야노, 독일 프라이부르크 둥지
벨기에·러시아 등 골고루 안착
혼다는 미확인 러브콜만 잇따라


○실력 외 ‘+α’를 채워라!

올 여름 성적표는 일본이 우수했지만 소위 빅 리그라 불리는 ‘큰 물’에서는 한국 선수가 보다 각광받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허점이 숨겨져 있다. 국내 축구계가 지나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만 치우친다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해외 이적 업무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팬들의 높아진 시선은 차치하고도 선수들이 EPL에서 온 제안이 아닐 경우 먼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인다는 게 이들의 이유 있는 푸념이다. 에이전트들이 관리하는 선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결국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르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는’ 소문으로 끝난다는 것. 더욱이 EPL도 올 시즌부터 25인 로스터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해외 시장으로부터 대형 영입보다는 트레이드 혹은 일부 보강 정도로 그치는 모양새다.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정말 실체가 있고, 근거가 있다면 우리와 해당 구단 간 접촉이 빨리 이뤄지지만 대다수 오퍼들은 몸값을 높이기 위해, 혹은 뭔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에이전트들이) 지어낸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잘 나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의 실력은 대등한 편이다. 일각에선 경기력이 아닌 문화 적응력을 첫 순위로 꼽는다. 외국 문화에 대해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열려있고, 배타적이기보단 익숙하다. 특히 이탈리아, 독일 등은 오래 전부터 일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축구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잉글랜드에 올인하는 이적 업무도 지양해야 하지만 ‘영국 아니면 안 된다’는 선수들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또 언어 습득과 문화 적응을 통해 철저히 팀에 녹아들 준비를 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한국 선수는 언제든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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