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숙원 ‘평창 스타트 연습장’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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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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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익은 썰매의 꿈… 해외 ‘구걸 훈련’도 끝”

《‘촤르르르∼.’ 레일 위에서 바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소리가 멀어지는가 싶다가 곧 다시 귀를 때렸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바퀴 소리. 시끄러운 소리였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를 즐겼다, 감격에 겨운 듯. 2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지난해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조그마한 시설이 하나 생겼다. 봅슬레이 등 썰매 대표팀을 위한 스타트 연습장이다. 2003년 한국에 봅슬레이가 들어온 이후 8년 만이다. 이곳에서 봅슬레이-스켈리턴 대표팀은 감격에 겨운 훈련을 하고 있었다.》

○ 달리기로 봅슬레이 대표 뽑기도

봅슬레이 대표팀이 22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봅슬레이-스켈리턴 스타트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1년여 만에 완공된 연습장으로 대표팀은 이제 스타트 훈련과 대표 선발전을 위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평창=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봅슬레이 대표팀이 22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봅슬레이-스켈리턴 스타트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1년여 만에 완공된 연습장으로 대표팀은 이제 스타트 훈련과 대표 선발전을 위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평창=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썰매 대표팀의 숙원이었던 스타트 연습장이 최근 완공됐다. 연습장 옆에 있는 스키 점프대에 비하면 초라하고 작은 시설. 그렇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까지 국내에는 썰매를 탈 시설이 없어 일본으로 가 선발전을 치렀다. 지난해 선발전에는 달리기로 대표 선수를 뽑았다. 스켈리턴 선수이자 코치인 김정수(강원도청)는 “스피드스케이팅이나 수영 대표를 뽑는데 달리기로 뽑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생각났는지 웃음을 지었지만 결코 밝은 웃음은 아니었다.

대표팀의 구슬땀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연습장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시설. 대표팀 강광배 감독은 “예전에 스타트 연습장이 없어 국내 훈련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가 전부였는데 이제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제껏 대표팀의 썰매 훈련은 ‘처절’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한 시즌 10여 개의 국제대회에 참가하지만 본격적인 썰매 훈련은 대회 며칠 전 개최 장소에 가서 몇 번 타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감을 익히는 데도 애를 먹었다. 스켈리턴 조인호 코치(강원도청)는 “이제는 썰매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자세 교정과 분석 등이 가능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달라진 썰매 종목의 인식과 인기

이날 훈련장에선 26일 대표 선발전에 나서는 일반인과 학생들이 직접 썰매를 타보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복싱, 육상,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종목 출신을 비롯해 일반 회사에 다니다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도 있었다. 지난해 열렸던 선발전에 비하면 지원자 수는 물론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직장인 이호조 씨(28)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다. 만약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정말로 하고 싶은 사람들만 남아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원자 중 자질이 뛰어난 사람도 있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니어 대표에 지원한 중고교생 19명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운동부 출신도 있지만 일반 학생들도 있었다. 스켈리턴 대표팀에 도전한 김희승(14·신사중)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대표팀의 활약을 보고 매력에 빠졌다. 부모님도 적극 밀어주신다. 뽑힌다면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국팀 열정에 매료… 벤치마킹하고 싶었죠”▼

봅슬레이 불모지 몽골대표팀 방한“열심히 배워 3년내 국제대회 출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몽골 봅슬레이 연맹 오놀 사무국장(뒷줄 오른쪽)과 대표팀.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몽골 봅슬레이 연맹 오놀 사무국장(뒷줄 오른쪽)과 대표팀.
“한국 봅슬레이 성장은 몽골의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봅슬레이-스켈리턴 대표팀의 훈련과 강습회가 한창인 가운데 선수들의 동작을 유심히 보는 남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몽골 봅슬레이 연맹의 오놀 사무국장(41)과 선수 2명이었다. 몽골 봅슬레이 연맹은 지난해 말 처음 만들어졌다.

오놀 국장은 “초등학교 때 TV를 통해 봅슬레이 경기를 보고 ‘언젠가 꼭 해보자’는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몽골은 봅슬레이를 할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았다. 결국 선수로서는 아니지만 봅슬레이 연맹을 만들어 선수 2명과 코치까지 영입했다. 30여 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다. 몽골에 봅슬레이 연습장은 전무하다. 지상 훈련 외에 다른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오놀 국장과 선수들은 우연히 강광배 감독을 알게 되어 한국봅슬레이스켈리턴연맹에 e메일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오놀 국장은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도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실제로 봅슬레이 타는 모습을 봤다.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일주일. 사촌형제인 선수 도이지수른(22)과 사인쿠(20)는 “한국에 어렵게 온 만큼 선수들의 마인드, 행동, 자세 등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도 꿈은 있다. 오놀 국장은 “2, 3년 안에 국제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을 쌓고 싶다. 나아가 2018년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린다면 꼭 출전해 몽골에도 봅슬레이 선수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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