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m고지대 환경서 생활…체내 산소 운반 능력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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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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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 ‘저산소 훈련’ 실험현장

산소농도 14.5% 숙소 마련
하루 15시간씩 고지대 체험

평지서 실전땐 기록 향상
마라톤 중흥 초석 자신감

고지생활 준(準)고지대 트레이닝에 참가한 선수들이 강원 태백시 고원운동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3000m 고지대와 같은 환경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생활하며 저산소 훈련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희대 체육대
고지생활 준(準)고지대 트레이닝에 참가한 선수들이 강원 태백시 고원운동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3000m 고지대와 같은 환경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생활하며 저산소 훈련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희대 체육대
저산소 발생장치
저산소 발생장치
강원 태백시 황지동 오투리조트에 마련된 저산소 숙소. 13일 찾은 이곳의 산소 농도는 평균 14.5%. 3000m 고지대와 비슷한 환경이다. 숙소 안에 설치된 온도계는 섭씨 30.5도를 나타냈고 습도는 60%가 훌쩍 넘었다. 바깥과 통하는 모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머리가 띵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곳에서 지냈다는 김은섭(경희대 1학년·육상 800, 1500m)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누워 있다 일어나면 머리가 아팠고 밖에서 운동하면 평소보다 빨리 숨이 찼다”고 말했다.

김은섭이 참여한 것은 경희대 체육대 스포츠의학과 선우섭 교수(57)가 진행 중인 ‘고지생활 준(準)고지대 트레이닝(LHTL·Living High Training Low) 효과 연구’ 프로젝트다. 고지대 훈련이 육상 장거리 선수들의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도 프랑스의 샤모니나 중국의 쿤밍 같은 고지대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고지대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다 보니 훈련 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스피드 훈련이 어려웠다. 이에 2000년대부터는 생활은 고지대에서 하고 훈련은 그보다 낮은 곳에서 하는 방식이 마라톤 강국들의 훈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선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00m 이상의 고지대가 없는 한국에서는 고지대와 같은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훈련하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실내 산소농도 측정기
실내 산소농도 측정기
이번 프로젝트는 경희대(4명)와 충북체고(16명)의 장거리 선수 20명을 평지 생활군과 저산소 생활군으로 나누어 진행 중이다. 저산소 생활군은 하루 15시간 이상 3000m 고지대 환경에서 지낸다. 압축기를 거친 공기는 저산소 발생장치를 통해 숙소에 유입된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저산소 훈련장비 제조업체인 에스에프에너지기술이 장비 일체를 지원했다. 훈련은 20명이 함께 700∼1330m 지역을 오가며 한다.

선수들은 매일 신체 변화를 측정하는데 이미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저산소 생활군에 속한 선수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실시한 인터벌 트레이닝에서 1회 때에 비해 2회 때 젖산 농도는 낮아지고 헤모글로빈 농도는 높아졌다.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탄수화물 등의 영양소를 ATP(신체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화합물)로 만드는 데 무산소 과정이 늘어난다. 무산소 상태에서 ATP를 만들 때 생성되는 대사물인 젖산 분비가 많아질수록 몸은 무산소 과정을 줄이고 유산소 과정을 늘리기 위해 체내 산소의 운반 및 이용 능력을 높인다. 저산소 생활군의 젖산 분비가 줄어든 건 그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고 적혈구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농도가 짙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선우 교수 측은 “실험군이 평지에서 실전을 치른다면 기록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은 20일까지 계속되며 23∼26일에는 선수들의 실질적인 운동능력을 측정한다. 선우 교수는 “이번 실험이 태백선수촌, 대구육상진흥센터, 진천종합훈련원 등의 훈련 시설 설치로 이어져 한국 마라톤 중흥의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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