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남아공]대표팀의 ‘실수 매니지먼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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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AS 모나코),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남일(톰 톰스크).

세 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남아공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B조 세 경기를 본 축구팬이라면 '아!' 하고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바로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한국의 뼈아픈 실점에 빌미가 된 선수들이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뒤 56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 대회에서 16강 무대에 올랐다. 이런 쾌거가 가능했던 것은 선수들과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땀과 노력도 있었지만 이 가운데 선수들만의 '실수 매니지먼트'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태극전사들은 누가 실수를 하더라도 탓하지 않고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감싸주며 더욱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프리킥을 막다 자신의 발에 맞고 자책골을 헌납했다. 차두리는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문전 앞에서 방심하다 상대 공격수를 놓쳐 선제골을 내줬다. 김남일도 마찬가지로 무리한 수비를 하다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들이 만약 이후 제대로 된 경기운영을 하지 못했다면 한국의 16강 진출은 생각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빨리 실수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동료 선수들의 위로와 격려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한 뒤 이청용(볼턴)은 박주영에 대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누가 자책골을 넣고 싶어서 넣은 것도 아니지 않나"며 적극적으로 감쌌다. 이영표(알 힐랄)도 "운이 없어 공이 맞은 것 뿐이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셀틱)은 오히려 자기의 잘못 때문에 박주영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며 "내가 좀더 잘 했어야 했는데 미안했다"고 밝혔다.

김남일은 "오늘 특히 힘들었다. 솔직히 나의 판단 실수였다.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반칙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박)주영이가 '형 괜찮아요'라고 해준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들 외에도 단 한명의 선수도 실수를 저지른 선수들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취재진들을 만난 선수들은 실수를 저지른 선수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하나같이 격려하고 더욱 따뜻하게 감싸줬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은 선수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동료의 실수도 자신의 실수인 것처럼 아파하고 보듬어 준 하나 된 팀이었기에 가능했다.

더반=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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