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계 SBS, 월드컵 시청률은 ‘극과 극’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리스전 대박… 다른 조 시청률은 타 채널에 뒤져
16강진출 카드가 SBS 광고수익 흑자여부 가를 듯

한국 축구대표팀 박지성 선수가 12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를 단독 중계한 SBS는 59.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비인기 경기는 시청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 축구대표팀 박지성 선수가 12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를 단독 중계한 SBS는 59.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비인기 경기는 시청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가 한국전 등 관심이 집중된 경기에서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지만, 비인기 경기에서는 같은 시간대 방영하는 KBS, MBC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밀렸다. SBS가 내보내지 않는 드라마와 예능 덕분에 타사가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SBS가 뉴스 등에서도 월드컵 관련 기사를 많이 다루면서 ‘스포츠 채널’이 됐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는 14일 트위터에 “(드라마) 결방이 너무 슬펐다. 월드컵에 당하는 테러”라고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단독 중계로 인한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의 크고 작은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 SBS 한국전 시청률 압도…KBS, MBC 드라마 반사이익도


SBS가 중계한 12일 한국-그리스전(오후 7시 50분∼오후 10시 36분)은 시청률 47.5%(AGB닐슨)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MBC와 KBS1은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KBS2는 경기보다 30분 먼저 시작한 주말연속극 ‘수상한 삼형제’(22.3%)를 제외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11일 개막전인 남아공-멕시코전(19.1%), 12일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전(24.1%), 14일 일본-카메룬전(21%) 등 한국 팬들의 관심이 큰 경기는 같은 시간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조 예선 경기는 대부분 시청률이 낮았다. 13일 슬로베니아-알제리전은 10.2%를 기록해 같은 시간대 방영한 KBS2 ‘수상한 삼형제’(36.9%), ‘개그콘서트’(16.9%), KBS1 뉴스9(19.3%), ‘거상 김만덕’(17%), MBC 뉴스데스크(13.2%)보다 시청률이 낮았다. 15일 뉴질랜드-슬로바키아전도 8.2%의 시청률에 그쳐 같은 시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MBC 드라마 ‘동이’(29.1%)에 크게 못 미쳤다. 같은 날 SBS의 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전 시청률은 14.8%로 8일 자사 드라마 ‘자이언트’(14.9%), 예능 ‘강심장’(16.5%)보다 떨어졌다. 12∼15일 오전 3시에 열린 4경기의 시청률은 2.1∼3.7%에 그쳤다.

○ 한국팀 16강 진출이 SBS 수익의 관건

SBS는 월드컵 중계에 중계권료 750억 원, 제작비 100억 원 등 약 1086억 원을 들였다. 64경기와 20여 개의 월드컵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를 모두 판매할 경우 약 110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으나 완판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지상파 3사의 광고 판매율은 각각 64%, 81.5%였다. SBS가 90% 광고 판매를 해도 1000억 원을 밑돈다. SBS는 광고 외에도 위성방송, 포털사이트, 극장 등에 중계권을 재판매했고 SBS스포츠 채널을 통해서도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흑자를 기록할지는 미지수다.

SBS는 한국-그리스전에서만 패키지 광고를 포함해 2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으며 한국팀의 16강 진출 여부가 광고 수입의 가장 큰 관건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그리스전 승리 이후에도 16강 진출 상황을 지켜보느라 광고 집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KBS와 MBC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가 선전하고 있는 점도 변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SBS의 월드컵 중계와 경쟁하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왼쪽)와 MBC 드라마 ‘동이’. 사진 제공 KBS, MBC
SBS의 월드컵 중계와 경쟁하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왼쪽)와 MBC 드라마 ‘동이’. 사진 제공 KBS, MBC

○ 박진감 넘치는 3D 월드컵 중계


SBS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11일 개막전을 포함해 25경기를 3차원(3D) 중계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 경기는 17일 아르헨티나전이 첫 3D 방영이다. 3D 중계를 보려면 3D TV를 구입한 뒤 지상파 수신 안테나를 설치하거나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해야 한다. 3D TV는 국내에 약 2만 대가 판매됐다. 12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을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3D로 시청한 김성원 씨(31)는 “일반 고화질(HD) 화면보다 화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코너킥이나 골킥 장면에서 원근감과 입체감이 탁월해 실감났다”고 말했다. 11일 개막전을 3D로 시청한 이원희 씨(49)는 “관중석을 보여줄 때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해 생동감이 있었다. 하지만 원래 쓰는 안경 위에 3D 안경을 착용해야 해 좀 불편했다”고 말했다.

○ 단독 중계 잡음 계속

중계권 협상이 결렬된 KBS와 SBS는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에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KBS가 10일 ‘전국 SBS 방송 난시청 현황 조사 보고’를 발표해 “자체 조사 결과 전국 1910만여 가구의 23%인 440만2000여 가구가 SBS를 직접 수신하지 못하는 난시청 가구로 확인됐다”고 지적하자, SBS는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 전체 시청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KBS는 이보다 숫자가 많은 행정안전부 가구 수 자료를 사용해 SBS의 가시청 비율을 줄였다”며 반박했다.

SBS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최한 한국-그리스전 응원장에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홈페이지에 시청자 게시판을 만들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KBS2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이 13일 SBS가 보도용으로 제공한 월드컵 영상을 내보내자 SBS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거리에서… 거실에서… 그리스전 최대 3172만명 시청


TV시청률 59.8%… 극장서도 8만명 응원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였던 12일 그리스전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거리로, TV 앞으로, 극장으로 갔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경기를 관전했을까.

시청률 조사회사 TNms, 경찰청, 극장, 포털사이트의 자료를 종합하면 최대 3172만9000여 명이 이 경기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TV를 통해 본 시청자가 가장 많았다. TNms가 집계한 당일 시청률은 59.8%(순간 경기시간). 수도권,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지역 2000가구를 상대로 집계한 이 시청률을 전체 인구 4977만 명(2009년 기준)에 대입해 산출하면 2976만 명이 TV로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시청률은 0.488%(수도권 기준)로 수도권에서만 약 5만 명이 시청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는 모두 8만 명이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봤다. CGV는 205개 상영관에서 5만 명, 롯데시네마는 106개 상영관에서 2만 명, 메가박스는 123개 상영관에서 1만 명이 극장에서 응원을 펼쳤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본 이들은 네이버 50만 명, 다음 41만 명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류한나 홍보팀 과장은 “동시 최대 접속자 수는 20만 명으로 프로야구 중계(최대 8만 명), 동계올림픽 김연아 선수의 경기(16만 명)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287곳 응원장에 92만9000여 명이 모였다. 서울광장에 4만8000명이 모이는 등 서울에서만 19만2500명이 거리 응원을 펼쳤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