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축구, 예술과 감동을 패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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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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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김태희 옮김/636쪽·1만8500원·민음인
◇축구 아는 여자/이은하 지음/320쪽·1만3000원·나무수
◇맨발의 기적/김신환 지음/280쪽·1만2800원·미래를소유한사람들

“자유분방한 축제이자 투쟁”
여성 위한 경기규칙 해설부터

동티모르 유소년팀 기적까지
축구예찬 -입문서-논픽션 봇물

루니와 호나우지뉴, 박지성과 앙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의 역사와 매력을 담은 책과 축구입문서는 물론 축구가 만든 감동적 실화를 담은 논픽션까지 축구 관련 서적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사진 제공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나무수
루니와 호나우지뉴, 박지성과 앙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의 역사와 매력을 담은 책과 축구입문서는 물론 축구가 만든 감동적 실화를 담은 논픽션까지 축구 관련 서적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사진 제공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나무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20일 앞두고 서점가에도 축구 바람이 불고 있다. 축구의 철학과 역사를 다룬 에세이, 축구 문외한을 위한 입문서, 축구가 만든 감동적 실화를 소개하는 논픽션 등 다양한 책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 나온 책 가운데는 독일의 축구 전문작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씨의 ‘축구란 무엇인가’가 우선 눈에 띈다. 축구의 어제와 오늘을 종횡으로 훑으며 축구의 매력을 찾은 ‘축구 예찬’이다.

저자는 축구를 ‘민중의 예술’로 정의했다. 관중은 단지 예술가들(선수들)의 어깨너머로 넘겨 보는 것이 아니라 응원을 통해 함께 드라마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분방한 축제, 콘서트의 열광, 종교적 경건함, 이 모든 것이 ‘전장’이면서 ‘파티 홀’이고 ‘오페라하우스’이고 ‘성당’인 스타디움에 모여 있다”고 말한다.

사회학적 시각에서 보자면 스타디움은 ‘동일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령과 계층이 각각인 관중은 여러 종류의 관중석에 나뉘어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 각자의 개체성을 내려둔다.

‘공과 선수의 관계’에서 축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다르다. 손으로 하는 종목에서 공은 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허공에 떠 있는 순간을 제외하고 그 공은 죽어 있다. 축구는 다르다. 발로는 공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공은 언제나 자유롭다. 저자는 “다른 종목은 ‘공으로’ 하는 경기지만 축구는 ‘공과 함께’ 하는 경기다”라고 정의했다.

축구의 기술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다. 축축하고 웅덩이가 많은 들판에서 축구를 한 잉글랜드에선 공 다루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공을 멀리 찬 뒤 빠르게 이동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킥 앤드 러시’ 스타일이다. 반면 남미에선 더위로 인해 활동량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는 게 어렵다. 그래서 세밀한 볼 컨트롤을 바탕으로 한 느리고 화려한 플레이 방식이 발전했다.

‘투쟁의 스포츠’이기도 한 축구에선 종종 폭력에 가까운 장면이 연출된다. 1980년 독일 레버쿠젠의 위르겐 겔스도르프는 프랑크푸르트 소속 차범근의 다리를 걸었다. 차범근의 허리뼈에 금이 갔고 하마터면 선수 생명이 끝날 뻔했다.

저자는 축구의 역사도 세밀한 고증을 거쳐 소개한다. 초기 축구는 한 경기에 수십 명이 뒤엉켜 뛰는 ‘매스 풋볼’ 형태였다. 1314년 영국 런던 시장인 니컬러스 파른던은 런던 주민들 사이에 폭동 분위기가 퍼지자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축구에 의해 분노가 표출됨으로써 소요사태가 시작됐다. 향후 이 경기를 금한다”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

축구는 사유의 대상이기도 하다. 피에르 부르디외 같은 사회학자들은 축구를 고대 사춘기 제의의 현대적 변형이라고 주장한다.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투쟁하는 스포츠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함으로써 남성으로서의 토대를 닦는다는 것이다. 결핵 때문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은 알베르 카뮈는 잡지 ‘프랑스 풋볼’에 “공이 기대하는 방향으로부터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 배웠다. 이는 사람들이 그리 진솔하지 않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썼다.

축구에 대해선 이처럼 온갖 얘깃거리가 있다. 그 가운데 독일 크라머 감독의 말은 압축적으로 핵심을 짚는다. “축구는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골을 막고 골을 넣고, 그게 전부니까.”

‘축구 아는 여자’는 스포츠 전문 MC인 저자가 여성을 위해 쓴 축구 입문서다. 오프사이드란 무엇인가, 축구는 왜 11명이 뛰는 걸까 같은 기본적 궁금증을 풀어주고 축구의 역사와 일화를 들려준다.

‘스로인’을 설명하며 예로 든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 소속 로리 델랍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델랍이 스로인한 공은 시속 60km의 속도로 40m가량을 날아간다. 초등학교 때 창던지기 선수를 하면서 익힌 도움닫기 덕분이다. 2008∼2009 시즌에는 그의 손으로부터 7골이 나왔다.

‘맨발의 기적’은 한국에서 축구 선수를 지낸 김신환 씨가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실화다. 사업을 하기 위해 2002년 동티모르를 방문한 그는 맨발로 축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뒤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샤나나 구스망 대통령(현 총리)의 도움을 받아 유소년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04년 일본에서 열린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는 축구를 통해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썼다. “가난 속에 버려진 아이들, 보이는 것이라곤 가난에 찌든 무기력과 오랜 식민지배의 아픔뿐인 그 메마른 땅에 조그맣고 동그란 희망의 씨앗이 뿌려졌고, 이제는 그 열매가 아름답게 맺히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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