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따라 8천m 등정을 카메라들고…’ 촬영감독의 특별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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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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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KBS
사진제공= KBS
시청자들은 궁금했다. 전문 산악인도 어렵다는 히말라야의 저 고봉을 어떻게 일반인이 오를 수 있었을까. 그것도 현장을 생중계하기 위한 카메라까지 들고….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과 함께 8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 정상까지 올라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전한 주인공은 정하영(44) KBS 촬영감독이다. 그는 전문 산악인이 아님에도 2kg 남짓한 6mm HD 소형카메라를 들고 중계까지 하면서 오은선 대장의 위대한 업적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정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전해진 감격적인 순간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오은선도 대단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저기까지 올라간 사람도 대단하다”라고 놀라워했다. 영하 30도에 이르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오은선 대장의 발걸음을 담기 위해 카메라의 ‘REC’ 버튼을 묵묵히 누른 정 감독을 향하는 말일 것이다.

8000m가 넘는 고산에 오르면서 촬영을 하는 것은 쉽게 생각해봐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감독 스스로도 등정을 떠나기 전 동료들에게 “나는 이번에 목숨을 걸고 간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올라갈 것이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KBS 영상제작국 양기성 부장은 정 감독의 촬영에 대해 ‘촬영 감독들의 쾌거’라고 평했다. 그만큼 이번 촬영이 어렵고 고됐다는 뜻이다. 그는 산악 촬영에 대해 “앞서가서 올라오는 대원들을 찍는 등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움직이며 위치를 잡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더 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원들이 가지 않은 길에도 발길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놓일 확률도 크다”며 산악 촬영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번 등정에는 카메라 외에도 생방송을 위한 휴대용 마이크로 웨이브 송신기를 추가로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 감독은 평소에도 등산에 관심이 많았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그는 원래 등산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촬영을 위해 산에 자주 다니게 되면서 전문 산악인 못지 않은 기량과 체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이번 촬영을 앞두고 강도 높은 동계 등벽 등반 훈련을 수 차례 받고 암벽 훈련도 정기적으로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며 대비해 왔다.

1993년 KBS 19기 공채로 입사한 정 감독은 산악 다큐멘터리 촬영과 인연이 깊다. 1999년 엄홍길 대장의 캉첸중가 중계팀에 참여하면서 히말라야와는 첫 인연을 맺었고, 지난 11년간 9회 이상 히말라야에 올랐다. 이 같은 산악촬영에 대한 공로로 2004년에는 정부로부터 체육포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 처음부터 그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그가 처음 히말라야에 발을 내딛은 1999년, 엄홍길 대장과 함께 참여한 캉쳉중가 원정대는 눈사태로 KBS 현명근 기자와 한도규 대원을 잃으면서 큰 슬픔과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KBS 양기성 부장은 정 감독을 “책임감이 무척 강한 친구”라고 평했다. 자기가 맡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뜻이다. 양 부장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촬영감독 협회장까지 지냈다”며 연신 후배 칭찬을 이어갔다.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HD로 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은선 대장의 쾌거와 더불어 정하영 감독도 산악 촬영의 ‘신기록’을 쓴 셈이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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