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펜홀더 타법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펜 쥐듯 라켓잡는 한국탁구 전형
체력소모 적은 셰이크핸드에 밀려


국제무대에서 한때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펜홀더 전형이 세계 탁구 조류의 변화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 첫 실업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인 지난주 KRA컵 SBS탁구챔피언전에서 펜홀더 전형 선수는 극소수였다. 남자 4강의 오상은(KT&G), 주세혁(삼성생명), 정영식(대우증권), 조언래(농심삼다수)는 모두 셰이크핸드 전형이고 여자 4강도 당예서, 석하정(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은 셰이크핸드이고 문현정(삼성생명)만 유일한 펜홀더였다.

펜을 쥐듯 라켓을 잡는 펜홀더 전형은 한국 탁구의 상징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남규 농심삼다수 감독과 유승민(삼성생명)은 펜홀더의 강점인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앞세워 남자 단식 세계 정상에 섰다.

하지만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이제 초중교에서 처음 탁구를 시작할 때 10명 중 9명은 셰이크핸드를 선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펜홀더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펜홀더는 포핸드에선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할 수 있고 짧은 볼도 드라이브로 처리할 수 있지만 백핸드는 손목을 비틀어야 하는 자세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어렵다. 그래서 오른손 드라이버 전형 펜홀더의 경우 왼쪽으로 오는 공도 몸을 더 이동해 포핸드로 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셰이크핸드는 양쪽에서 모두 공격적인 스윙이 가능하고 라켓의 양면에 다른 특성의 고무판을 부착해 구질에 변화도 줄 수 있다. 한편 테이블에 바짝 붙어 빠른 템포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세계 탁구의 주류가 되면서 움직임이 많은 펜홀더에게는 불리해졌다. 또 2007년부터 고무판을 라켓에 붙일 때 고탄력의 접착제 사용이 금지된 것도 펜홀더의 파워 드라이브 장점을 감소시켰다.

한국처럼 펜홀더가 주류였던 중국은 백핸드의 약점을 보완한 이면타법을 일찍부터 개발해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그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33세의 고령에도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오상은은 “체력 소모가 적은 셰이크핸드 전형의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셰이크핸드 전형이 많아지는 것이 한국 탁구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