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그런거 野]스트라이크존 확대 ‘약발’ 받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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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존이 시끄럽다. 공 반개씩 좌우로 넓어졌는데 ‘태평양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좋고 나쁜 스트라이크존은 없다. 투수 또는 타자에게 유리하거나 그 반대 경우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모든 구기 종목은 공수의 형평을 맞추려는 흐름이 있다. 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존 변경이 효과적인 수단이다.

타자들이 득세하면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다. 메이저리그는 1963년 스트라이크존을 상하로 넓혔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미국인들의 우상 베이브 루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깬 게 계기가 됐다. 타고투저 현상은 심화됐고 ‘야구는 지루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볼넷도 줄일 필요가 있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득점과 볼넷이 각각 12%, 홈런은 10%가량 줄었다. 타율은 0.258에서 0.246으로 떨어졌다. 1년 만에 투고타저 시대가 됐고 1968년까지 이어졌다. 화끈한 타격전이 줄자 메이저리그는 1969년 스트라이크존을 좁히고 마운드 높이를 낮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가 도입한 지명타자 제도는 투고타저를 탈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번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가장 큰 목적은 스피드업이다. 지난해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의 완화도 노렸다. 효과는 어떨까.

경기 시간은 많이 단축됐다. 총 25경기를 치른 5일 현재 경기당(9이닝) 평균 3시간 5분이 걸렸다. 지난해 24경기를 했을 때는 3시간 16분이었다. 반면 타고투저 완화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타율은 0.268에서 0.269로, 득점은 경기당 9.3점에서 9.7점으로 올랐다. 볼넷은 평균 6.9개에서 7.8개로 되레 늘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예상과 달리 투수들이 득본 게 없다. ‘너무 넓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타자들도 별로 손해 본 게 없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4월 중순 이후에는 심판, 선수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스트라이크존이 더 이상 잡음 없이 기대했던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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