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꽃중의 꽃’ 여자 피겨스케이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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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숙명의 자존심 대결’ 겹쳐… 세계 주요 언론 취재 열기 후끈

뉴스위크-NYT-WSJ 등 ‘예측기사 신중보도’ 관행 깨고 경기전부터 ‘김연아 특집’ 도배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다. 여름올림픽의 육상 100m 경기나 마라톤에 비견되는 관심을 받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종목보다 외신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른 김연아(사진)와 아사다 마오(20) 간 세기의 맞대결이 펼쳐지면서 취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 결과 예측에 신중해야 하는 보도 관행을 깨고 미리부터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을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진 것도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5일 ‘한국의 김연아를 위한 대관식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왕으로 칭송받는 김연아가 한국인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메달리스트에 도전하면서 많은 심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잡지는 ‘비록 아사다가 26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트리플 악셀(3회전 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김연아가 여제(女帝) 등극에 실패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극찬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른 종목에 대해서는 비교적 경기 결과 위주의 보도가 많았던 데 비해 피겨스케이팅 종목만은 선수의 라이프 스토리까지 상세히 다뤄 이 종목에 쏠린 관심을 대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과 14일 김연아의 점프 장면을 분석하고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과정을 다룬 특집기사를 대서특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3일 ‘밴쿠버의 화요일(23일)은 김연아의 밤’이라는 기사에서 “김연아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김연아의 인기는 빼어난 미모와 겸손함, 그리고 빼어난 실력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분석 기사도 쏟아졌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은 주로 축구와 야구 종목에서 표출된 한일 라이벌 의식이 이번에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으로 옮겨졌다며 김연아와 아사다의 경기가 중계되는 동안 교통흐름이나 주식시장 거래 등 경제활동까지 중단될 정도라고 전했다. WSJ는 한일 양국 모두 전체 TV의 3분의 1이 피겨 시청에 맞춰졌고 특히 한국에서는 전원이 켜진 TV의 80%가 올림픽 채널에 고정됐다며 놀랍다고 전했다.

타임도 양 선수의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학교와 회사 업무가 마비됐으며 누리꾼들이 인터넷 생중계에 대거 몰려들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보다 접속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이 한국을 식민통치한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분쟁 등을 소개하며 한일 대결에서의 승리는 국민적 자부심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프리스케이팅 경기 하루 전인 25일 일본 방송에서는 미 하원에서 열린 도요타자동차 청문회 소식이 양 선수의 과거 연기모습을 보여주는 뉴스에 밀렸을 정도였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CNN은 25일 이번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린 선수인 김연아는 후원금 상금 등을 합쳐 1000만 달러를 벌었다며 은반 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상관없이 경기장 밖에서 이미 금메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아가 광고에 등장하는 휴대전화 ‘연아 햅틱’은 이미 100만 대 이상이 팔렸다고도 덧붙였다.

관중의 열기도 가장 뜨거워 경기장 입장권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밴쿠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인터넷에 개설한 공식 티켓판매 사이트에서는 정가의 5, 6배가 넘는 가격에 입장권이 거래되었으며 심지어 30배를 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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