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김윤만 맞붙는다면 5초74 빠른 모, 77m나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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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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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속-쇼트트랙 前現 올림픽 영웅들 가상대결

쇼트트랙 1000m우승 이정수
18년 전 김기훈보다 7초 빨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이어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오른 이정수(21·단국대).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모태범(21·한국체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를 앞세워 거둔 성적만 해도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 비할 만하다. 당시 김윤만(37)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겨울올림픽 메달(은메달)을 따냈고 쇼트트랙 1세대이자 현 대표팀 감독인 김기훈(43)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1000m와 5000m 계주를 석권해 2관왕을 차지했다.

이정수와 당시 25세의 김기훈이 쇼트트랙 1000m에서, 모태범과 당시 19세의 김윤만이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가상 대결을 펼친다면 결과는 어떨까. 결과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난 18년간 한국 빙상이 발전한 수준 차이기도 하다.

○ 김기훈 vs 이정수

여럿이 한꺼번에 출발해 순위를 다투는 쇼트트랙은 바깥돌기, 한날 타기, 호리병 주법 등 다양한 추월 기술이 쓰인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새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훈이 이정수와 레이스를 한다면 어떤 기술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평균 속도에서 뒤지는 김기훈이 선두로 나선 이정수를 따라잡을 방법은 없다. 이정수는 이번 대회 결선에서 평균 시속 42.984km를 달려 1분23초747에 1000m를 주파했다. 김기훈은 당시 시속 39.6km의 속도로 1분30초76이 걸렸다. 이정수가 111.12m의 트랙을 9바퀴 돌아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김기훈은 아직 3분의 2바퀴나 남겨둔 상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선수 출신인 김기훈은 지구력에선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반면 순발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는 레이스 도중 뒤처져 있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 선두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의미. 김기훈은 당시에 대해 “그래서 초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 선두를 끝까지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 등 남자 쇼트트랙의 최고 계보를 잇는 이정수는 그동안 국내 선수 층이 두꺼워진 만큼 지구력과 순발력을 모두 갖춘 엄선된 선수. 그는 순발력 지수인 서전트 점프(제자리에서 점프)와 지구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수인 폐활량에서 현재 쇼트트랙 남자 대표선수 중 가장 높다. 언제든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정수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른 선수 뒤를 따라가다 막판에 맨 앞으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많이 쓴다.

○ 김윤만 vs 모태범

김윤만은 1992년 올림픽 당시 1위인 독일의 올라프 진케에 불과 0.01초 차 뒤진 1분14초8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선구자인 그도 모태범과 같은 종목에서 레이스를 펼친다면 모태범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76.67m나 남겨둘 만큼 크게 질 것이 분명하다.

지난 18년간 스피드스케이팅의 기술 발전은 눈부실 정도. 당시의 김윤만은 지금은 보편화된 ‘클랩 스케이트(뒷날이 신발에서 떨어지는 스케이트)’도 신지 못했고 공기 저항을 줄이는 첨단 유니폼도 없었다. 과학의 도움은 제한돼 있었다.

현재 대한체육회 경기운영팀에서 일하는 김윤만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 훈련 시설 및 시스템 등 스포츠과학과 코칭스태프의 전술 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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