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초의 승부’… 종목마다 다른 결승선 통과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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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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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는 부츠, 빙속은 스케이트 날F1은 車앞 센서, 경마는 말의 코끝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1000분의 1초까지 계시를 한다. 두 종목 모두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 통과 기준이다. 40cm가 조금 넘는 스케이트 날의 길이도 안 되는 차이로 갈리는 승부에 사람들은 짜릿함을 느낀다.

그러나 두 종목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제패한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한국체대)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 스케이트 날을 차올렸다. 이른바 ‘날차기’다. 이는 결승선 위쪽에 달린 ‘포토 피니시(Photo Finish)’ 장치를 의식한 것. 포토 피니시는 초당 1만 장을 찍어 0.0001초 단위로 기록을 재는 장비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과거에는 빙판 바닥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로만 기록을 쟀는데 이번 올림픽부터 포토 피니시가 채택돼 이것으로 최종 기록을 판정한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훈련을 시켜 보니 날을 차는 동작이 0.03초 정도 기록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날을 차게 되면 바닥에 있는 적외선 센서가 날을 차는 앞발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경우 뒷발이 적외선 센서에 잡히는데 포토 피니시 기록으로 최종 기록이 정정된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바로 이 ‘날차기 효과’를 톡톡히 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은 오래전부터 포토 피니시 방식으로 최종 기록과 순위를 매겼기 때문에 스케이트 날을 드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쇼트트랙 선수들은 하나같이 스케이트를 빙판에 붙인 채 날을 들이민다. 신체 접촉이 잦은 종목 특성상 날을 드는 행위는 다른 선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 들이밀기 기술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김동성과 전이경이 처음 선보였다. 한국이 신기술로 금메달을 휩쓸자 모든 선수가 사용하게 됐다.

결승선 앞에서 벌이는 간발의 승부가 짜릿한 것은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 하지만 기준은 제각각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결승선 통과 기준은 스키 플레이트가 아닌 스키 부츠다. 부츠 앞쪽 끝이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이긴다. 18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는 러시아의 니키타 크류코프와 알렉산드르 판진스키가 3분36초3으로 동시에 들어왔지만 사진 판독 결과 크류코프의 부츠가 판진스키보다 먼저 결승선을 지난 것으로 판명돼 금, 은메달이 갈렸다.

카누, 요트, 조정 등 수상 종목들은 모두 배의 앞쪽 끝이 통과하는 순서로 순위를 가린다. 조정에서는 끝 모서리 부분에 흰색 볼을 달아 사진 판독이 용이하도록 한다. 사이클은 앞바퀴가 먼저 결승선을 지나야 한다. 반면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은 앞바퀴가 기준이 아니다. 자동차 앞쪽에 부착한 센서가 결승선 통과 기준임과 동시에 한 바퀴 돌 때마다 재는 랩타임 측정 기준이 된다.

날, 부츠, 바퀴 등 기구를 이용한 것은 기준으로 삼기가 비교적 쉽다. 어려운 것은 사람과 동물이다. 100m 달리기 등 육상 트랙 경기에서는 ‘머리,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결승선 통과 기준으로 사실상 가슴이 기준이다. 경마에서는 말의 코가 통과 기준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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