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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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이 출전에 앞서 맨 먼저 부딪치는 고민은 무엇일까.

금메달? 기록? 둘 다 아니다. 경기가 열리는 현지까지 장비를 이동하는 데 가장 신경이 쓰인다.

지난달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던 봅슬레이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수속을 밟는 데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렸다. 이유는 다름 아닌 장비 때문이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썰매에 장착하는 날을 분리한 뒤 귀국길에 올랐는데 공항 엑스레이 통과 과정에서 날이 칼로 오인됐다. 대표팀은 장비 포장을 모두 뜯고 나서야 오해가 풀려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겨울올림픽 종목에는 유난히 날(블레이드·Blade)을 가진 장비가 많다. 봅슬레이를 비롯해 스켈리턴, 루지, 피겨,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들은 모두 장비에 날이 있다. 눈으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엑스레이를 통해서는 칼로 오인될 수 있다. 스케이트도 예전에는 기내에 반입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보안 검색이 강화되면서 무조건 화물칸에 실어야 한다.

무게도 문제다. 봅슬레이 썰매는 200kg이 넘는다. 공항까지 이동할 때도 트럭이 아니면 싣기 힘들다. 항공 화물 요금만도 수백만 원에 이른다. 봅슬레이 대표팀 강광배(강원도청)는 "미국에서 열린 대회를 마치고 유럽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썰매를 공수해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썰매를 빌리는 게 운송비보다 훨씬 싸서 그냥 빌려 썼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나 스키 등 장비들도 항공사의 위탁 수화물 한도인 25kg을 넘기가 일쑤여서 추가 요금을 물어야 할 때가 많다.

총기를 사용하는 바이애슬론 선수들의 이동 절차는 더욱 까다롭다. 바이애슬론 대표팀 김상욱 코치는 "국제 대회에 나갈 때 미리 국내와 외국의 총기허가증부터 받는다. 총기 운반 허가와 경로 파악도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총기와 실탄은 항공기 화물칸 또는 기장의 방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실탄은 외국에서 사용할 만큼 정확하게 계산해서 가져가야 한다. 남으면 국내 재 반입이 어려워 무조건 해당 국가에 반환한다. 일본 등 총기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는 경찰이 직접 경기장까지 장비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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