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입만 뻥긋하면 난리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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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저주는 왜 생겼을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몇 가지 유명한 '저주 시리즈'가 있다.

'밤비노의 저주', '염소의 저주', '맨발의 저주'….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턴이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팔아넘긴 뒤 저주에 걸려 보스턴이 85년 동안 한번도 우승을 못한 데에서 나왔다.

밤비노는 이탈리아어로 아기란 뜻인데 밤비노는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었던 것. 1918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던 보스턴은 2004년에야 우승을 해 저주에서 간신히 풀려났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시카고 컵스-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 때 염소를 데리고 시카고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로 들어가려다 거부당한 농부가 "다시는 여기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악담을 했다는 게 그 기원. 이 때문인지 1907년과 1908년 연속 우승했던 시카고는 이제까지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1917년 우승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88년 뒤인 2005년 우승할 때까지 '맨발의 저주'에 시달렸다. 1919년 승부 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돼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난 '맨발의 조' 조 잭슨이 저주의 장본인.

하지만 스포츠 계의 모든 저주를 통틀어도 '펠레의 저주'보다 더 알려진 것은 없을 듯.

'펠레의 저주'는 월드컵을 앞두고 펠레가 지목한 우승 후보들이 하나 같이 탈락하면서 나왔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20세기 최고의 선수'에 뽑힌 '축구 황제' 펠레의 축구 관련 한마디 한마디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가 월드컵을 앞두고 거론한 우승 후보와 주목받을 선수가 하나같이 초반 탈락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저주'라는 악명이 붙은 것.

'펠레의 저주' 몇 가지를 살펴보면 1974년 서독월드컵을 앞두고 펠레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 리베리노가 있는 한 브라질은 영원하며 우승은 정해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리베리노는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고 브라질은 네덜란드에 0-2로 패하며 초라하게 탈락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때는 "독일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팀이며 페루의 활약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독일은 2라운드에 탈락했고 페루 역시 아르헨티나에 0-6으로 패배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을 앞두고 펠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을 우승 후보로 꼽았지만 언급한 세 팀 모두 나란히 2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펠레는 "콜롬비아가 우승후보 1순위이며 콜롬비아 에스코바르의 맹활약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에스코바르는 조 예선에서 자살골을 기록했고 콜롬비아는 중도 탈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펠레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지목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부상을 입었고 우승 후보로 꼽았던 프랑스는 무득점 무승으로 조별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왜 '축구 황제' 펠레의 예측은 이처럼 빗나가는 걸까.

축구 전문가들은 펠레가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였지만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데다 펠레의 예측을 일부 언론 매체들이 과대 포장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펠레는 1360경기에서 1280골을 기록하고 은퇴한 뒤 사업가, 카드업체 모델, TV의 축구 해설가 등을 하다 브라질 체육부 장관까지 하며 현장을 거의 떠나 있었다. 이러다보니 언론 등에서 그의 예상을 원할 때는 주위의 얘기만을 듣고 하다보니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펠레의 예측을 일부 언론 매체들이 마치 예언처럼 떠받드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아 저주가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펠레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5개월 여 앞두고 또 우승후보 등에 대해 예상을 했다.

지난달 17일 남미 클럽대항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펠레는 남아공월드컵 우승후보로 스페인을 1순위로 꼽았다.

그는 또 한국이 속한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이번 남아공월드컵 1차 목표는 16강 진출.

그렇다면 한국 축구 팬의 한사람으로서 (스페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펠레의 저주'가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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