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외국인선수 잔치 그만! 용병 득점상한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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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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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들러리 전락… 연맹 “모든 가능성 열고 방안 검토”

‘용병 한 명 바꿨을 뿐인데.’ 최근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를 보면 절로 나오는 얘기다. 8연패에 빠져 꼴찌까지 추락했던 GS칼텍스는 새 용병 데스티니의 합류 이후 6연승을 달리며 3위로 뛰어올랐다. 남자부 삼성화재는 경기당 평균 30점을 넘게 올리는 가빈 슈미트를 앞세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 팀 득점 절반… 의존도 심화

가빈은 25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혼자 41점(팀 득점의 54.7%)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 점유율은 56.6%, 성공률은 60%나 됐다. LIG손해보험은 좌우 쌍포 김요한과 피라타가 분전했지만 둘을 합친 득점은 35점에 그쳤다. 데스티니의 평균 득점은 26.2점으로 리그 최고다. 출전한 6경기에서 팀 득점의 43.9%를 책임졌다.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제외한 공격 득점만 따지면 그 비율은 48%까지 올라간다.

좋은 용병을 뽑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하지만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선수들의 기회는 줄어든다. 아마추어 초청 팀 신협상무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가 뻔한 경기’가 많은 것도 큰 문제다. 최근 대한항공의 상승세로 순위 싸움에 불이 붙었지만 신협상무의 경기에서는 관중의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신협상무는 28일 현재 1승(21패·승률 0.046)만 거뒀을 뿐이다.

○ 득점 상한제까지 검토

과거에도 용병 출전 제한을 놓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상무가 보이콧을 전제로 1∼3세트와 4∼5세트 중 한 세트씩만 용병을 기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배구연맹(KOVO)은 프로 팀들이 1∼3세트와 4∼5세트에 1세트씩 용병을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율하며 파행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약속을 어기고 용병을 풀세트 출전시키면서 흐지부지됐다. 구단 재량에 맡겼기에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KOVO에서 제도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특히 출전 세트 제한뿐 아니라 어느 종목도 시도한 적이 없는 득점 상한제까지 연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면 남자부 25점(세트 수에 따라 증감), 여자부 20점 등으로 득점을 제한하거나 공격 점유율에 상한선을 둬 용병 의존도를 줄이자는 것이다.

2007∼2008시즌에 나왔던 출전 세트 제한은 “벤치에 앉혀 놓으려고 거액을 들여 용병을 데려왔느냐”는 프로 구단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비해 득점 상한제는 용병이 아예 특정 세트 전체를 뛰지 못하는 상황을 막으면서도 감독의 용병 투입 시기 등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KOVO의 생각이다.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구 수 제한 규정을 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KOVO 관계자는 “득점 상한제를 도입할지 아니면 이전 프로농구처럼 출전 세트에 제한을 둘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선수 육성 등 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용병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제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다른 프로종목은…
농구
팀당 2명 보유… 출전은 1명만

야구

13년째 2명 보유 2명 출전 유지


배구만큼 용병 의존도가 높은 종목이 농구다.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부터 용병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국내의 부족한 선수 자원으로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각 팀은 2명씩 용병을 뽑아 경기에 내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신 용병들이 코트를 장악하면서 국내 ‘빅맨’이 고사한다는 비판이 일자 한국농구연맹(KBL)은 용병 출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02∼2003시즌부터는 2쿼터에 용병을 한 명만 뛰게 하는 조치로 이어졌고 2년 뒤 2개 쿼터(2, 3쿼터)에 용병을 한 명만 뛰게 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올 시즌부터는 2명 보유는 변함이 없지만 모든 쿼터에 용병은 1명만 출전할 수 있다. KBL은 향후 용병을 1명만 보유하게 하는 것으로 바꿀 계획이다.

1998년 용병 제도를 도입한 프로야구는 2명 보유, 2명 출전에 변함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력 발전을 위해 용병을 3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프로야구 선수협회에서 국내 선수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프로야구, 농구, 배구는 모두 용병을 상대로 연봉 상한제를 두고 있다. 부자 구단이 돈으로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고 비슷한 수준의 용병을 선발하자는 취지다. 프로농구는 용병 2명의 키를 합쳐 기준치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신장 제한 규정을 두기도 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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