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구멍가게’ 수준 프로구단들 새해엔 솟아날 구멍 찾아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5일 07시 00분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해가 바뀌면 희망을 이야기 한다. 프로야구 각 구단도 새로운 각오를 다질 시기다. 짧은 휴식을 뒤로 한 채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다. 2010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프로야구 29번째 시즌은 어떤 가치를 발현할 것인가. 월드컵이라는 암초를 넘어 6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을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가. 모두가 넘어야 할 산이고 쉽지 않은 화두다.

프로야구처럼 경쟁이 극심한 세계에서는 사실 승리 이외의 가치는 등한시되기 쉽다. 패배 앞에서는 그냥 망연자실할 뿐이다. 그럼에도 지난 28번의 시즌을 지켜본 팬의 입장에서는 승리와 패배도 한 순간일 뿐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긴 호흡이 역사 속에서는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느낀다. 이 땅에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8년 동안 가장 아쉬운 것은 아직도 프로구단이 ‘구멍가게’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점과 더불어 유소년 및 일반인들이 마음껏 야구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구축하지 못한 점이다. 그럼에도 야구가 우리 가슴에 남긴 추억과 향수는 오늘 프로야구가 이 땅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팬들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누구에게는 첫사랑일 것이요, 다른 누구에게는 인생이며, 어떤 이에게는 삶이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소통의 대상이다. 오래전 스웨덴 영화 ‘My life as a dog(개 같은 내 인생)’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스포츠가 주는 추억과 일상성에 대한 위대함이었다. 물론 영화의 본질적 내용은 스포츠와 전혀 상관없는 ‘청소년의 성장에 대한 탐구’였지만, 추운 겨울을 지나 빨리 봄이 와야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시골동네의 모습은 필자의 어린 시절 야구에 대한 동경과 닮아 있었다. 필자에게 아직도 야구는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남아 있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영화, 오락, 게임처럼 비이성의 공간이다. 즉 허구의 세계인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은 비이성의 공간에서 이성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영화나 스포츠가 주는 감흥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사랑한 대상은 마지막에 추억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게 마련이다. 2010년 한국프로야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세계적인 구단이 되기에 앞서 그 지역에서 사랑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역밀착을 통해 지역과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자기 동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고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그들에게 야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스포츠인지를 각인시키는 일은 우승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수많은 팬들은 빨리 이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야구팬들이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이다. 야구가 쉬기 때문이다. 그 숱한 패배에도 팬들이 좌절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야구가 주는 ‘가치’ 때문이다. 2010년 한국프로야구는 어떤 가치를 발현할 것인지, 새해 아침부터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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