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산소탱크’ 찾아라…셔틀런의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운동후 빠른 회복능력 측정
김두현 등 6명 108회 완주
허감독, 내일 전훈멤버 발표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산소 탱크’ 또는 ‘대형 엔진’으로 불린다.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제2의 산소 탱크’는 누구일까.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 27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된 셔틀런(왕복달리기) 등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 회복 능력이 관건

10∼30m를 힘껏 달렸다가 천천히 달리는 플레이를 반복하는 축구에서 90분 풀타임을 뛰기 위해선 회복 능력이 중요하다. 대표팀은 26일 20m 왕복달리기를 한 뒤 약 5초간 쉬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달리기 스피드는 20단계로 나눠 점차 올렸고 최대 108회를 왕복했다. 가슴에 심박수를 체크하는 장치가 있어 선수들이 차고 있는 시계로 기록이 전송돼 심박수 변화를 체크했다.

강한 운동을 해도 심박수가 많이 오르지 않으면 체력이 좋고, 5초 동안 쉴 때나 운동을 마친 뒤 심박수가 빨리 떨어지면 회복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2002년 이와 비슷한 8차례의 셔틀런 테스트 결과 심박수가 가장 낮은 선수와 운동 후 15초 뒤, 1분 뒤 심박수가 가장 빨리 떨어진 선수는 모두 박지성이었다.

이날 테스트에선 최철순(전북) 오범석(울산) 김치우(서울) 이재성 김두현(이상 수원) 김보경(홍익대)이 108회를 완주했다. 심박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아 누가 회복 능력이 뛰어난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 중 한 명이 ‘체력 짱’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27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30m 인터벌 달리기 6회(30m 전력 질주 후 10초 쉬고 다시 30m 전력 질주) 역시 심박수 변화에 따른 회복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였다.

○ 내 몸은 내가 관리

허 감독은 ‘저승사자’ 라이몬트 베르헤이언 피지컬 트레이너와 상의해 테스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2002년과 달리 훈련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 일정을 소화하며 개인이 얼마나 몸 관리를 잘하느냐가 체력 유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한두 차례의 합숙훈련만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체력을 관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거미손’ 이운재(수원)도 “5개월간 합숙훈련한 2002년과 가끔 훈련했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완전히 달랐다. 선수 스스로 체력 관리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허 감독은 “포지션별 베스트 멤버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로 29일 전지훈련 멤버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3일 소집되는 대표팀은 4일 남아공과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25일 입국할 예정이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