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선수장사’ 히어로즈를 위한 변명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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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금 문제는 실마리를 찾았다. 히어로즈는 120억 원 중 남은 36억 원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겠다고 했다. LG와 두산이 서울 입성금으로 받은 15억 원을 선뜻 되돌려줄지 의문이지만 히어로즈가 일단 가입금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입증된 셈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돈이 없어 선수를 판 뒤 차액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많았지만 우리는 LG와 두산에 15억 원씩 줬고 받은 돈은 없다”고 말했다.

가입금 문제가 해결되면 히어로즈는 트레이드를 요청할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여론은 히어로즈에 불리하다. ‘선수 장사’를 막아야 한다는 게 대세다. 1990년대 쌍방울이 다시 나오면 안 된다는 논리다.

쌍방울은 그랬다. 2년에 걸쳐 쓸 만한 선수를 모조리 팔았고 1999년 0.224라는 역대 두 번째 최저 승률을 기록한 뒤 아예 문을 닫았다. 히어로즈도 그럴까.

이 관계자는 “(현금) 트레이드는 하겠지만 팀 전력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은 없다. 이택근을 포함해 3건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어차피 지금 전력으로도 우승은 노릴 수 없다. 우리는 4년 뒤를 보고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어느 구단보다 많다”고 말했다.

히어로즈는 대기업을 모체로 한 다른 구단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지난 시즌 신생팀으로 합류한 뒤 스폰서와 가입금 문제 등 여러 잡음을 일으켰지만 히어로즈 덕분에 8개 구단 체제가 유지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존 구단은 ‘물을 흐린다’며 못마땅해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KBO가 이택근의 트레이드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수 장사의 물꼬를 터주지 말자는 얘기다. 한번 허락하면 다른 구단에서 요청할 때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얘기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을 볼모로 한 구단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너무 일찍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전까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KBO가 트레이드 요청을 승인하지 않은 적은 없다.

‘이택근 트레이드’는 선수 장사의 신호탄일까, 아니면 구단의 주장대로 4년 뒤 전력을 고민하고 내놓은 결과물일까. 일단 히어로즈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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