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눈]<1>남미축구 양대산맥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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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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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공격라인… 초라한 리더십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조별리그에서 맞붙는다. 태극전사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상대국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랍 휴스와 함께 B조 4팀의 전력을 4회에 걸쳐 입체 분석한다.》
최고스타 메시 이끄는 공격진
능력만 보면 최소 세계 4강권

문제는 마라도나 무능-무경험
현체제 고집땐 한국에 질수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2·FC 바르셀로나)는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휩쓸 것으로 전망된다. 메시의 이름이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맹활약한 때문이다. 내가 한국 팬이라면 내년 6월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 나타날 메시가 그동안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그랬듯 눈에 잘 띄지 않길 기도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메시처럼 축구 팬을 매혹시키는 선수는 없다. 그는 작은 키(169cm)지만 천부적인 능력을 갖춘 데다 저돌적이다.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 네덜란드의 영웅 요한 크라위프, 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 아트 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의 계보를 잇는다. 모두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타고난 불세출의 스타다.

상대팀에 좀 더 잔인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탄탄한 조직력으로도 메시를 막을 수 없다. 그는 늘 탄탄한 수비라인을 헤집고 다닌다. 골키퍼도 그의 신기에 가까운 슈팅엔 속수무책이다. 왼발의 달인이지만 오른발 슈팅 능력도 뛰어나다.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그랬다. 땅꼬마 같은 체구지만 돌고래처럼 치솟아 리오 퍼디낸드의 수비를 뚫고 골을 넣었다.

○ 메시와 마라도나의 역설

그러나 메시는 이상할 정도로 대표팀과 인연이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아르헨티나에 금메달을 안긴 게 전부다. 이는 마라도나 감독 탓이다. 그가 아르헨티나 사령탑으로 있는 한 한국의 승리 가능성은 올라간다. 아르헨티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다. 하지만 마라도나 체제로 갈 경우 B조에서 험난한 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영웅이다. 반면 지도자 경험이 없어 선수들을 다루는 데 미숙하다. 최근 대표팀 7경기에서 선수를 50여 명이나 선발할 정도로 변덕스러웠다. 전술도 너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 카를로스 빌라르도 총감독의 조언도 무시한다.

마라도나의 불안한 지도력만 빼면 아르헨티나의 공격 라인은 B조 최강이다. 메시를 포함해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신예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도 특출하다. 모두 팀워크가 좋고 개인기가 뛰어나다. 이들의 능력을 보면 아르헨티나는 최소한 4강은 가능하다. 마라도나가 월드컵에서도 사령탑을 맡고 싶다면 이 천재들에게 자유롭게 탱고를 출 기회를 줘야 한다.

○ 메시에게 자유를 줘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홈팀의 우승을 이끈 세사르 메노티 전 감독은 최고의 사령탑으로 꼽힌다. 그는 메시가 바르사에서처럼 대표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팀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다. 이니에스타와 사비, 야야 투레와 함께 한다. 메시는 이들로부터 올라오는 볼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마라도나는 메시에게 팀 전체를 리드하라고 주문한다.”

메시가 바르사에서는 난공불락이지만 대표팀에서는 무기력한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6개월 뒤 메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메시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자유와 믿음, 신뢰를 줘야 한다. 과연 누가 아르헨티나를 바꿀 것인가. 마라도나 감독은 부족하다. 한국 팬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적임자다. 그가 “월드컵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미래는 알 수가 없다.

랍 휴스 ROBHU800@aol.com
:랍 휴스는?:
세계적인 축구 칼럼니스트. 축구 선수 출신으로 영국 더 타임스에서 기자로 일했고 선데이 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홍콩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에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칼럼을 기고했다. 본보에는 2000년부터 10년째 축구 칼럼 ‘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국내 전문가들 진단
단신 공격수들 성향 비슷… 미드필더도 허약


“화끈한 공격 축구로 상대를 압도하겠다.”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사령탑으로 부임한 디에고 마라도나의 취임사다. 그러나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마라도나 호’는 부진을 거듭했다. 에콰도르, 브라질, 파라과이 등에 연패하며 월드컵 남미 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천신만고 끝에 턱걸이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마라도나 감독이 자랑한 화려한 공격진은 ‘빛 좋은 개살구’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은 이름값으로 치면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줄곧 기대 이하였다. 이들이 소속 프로팀에서만큼 활약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 라이벌 팀들과 비교하면 답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합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브라질의 경우 정교한 패스로 경기를 조율하는 카카,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 호비뉴,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한 방을 터뜨리는 파비아누가 최적의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성향이 비슷한 공격수들끼리 동선이 겹친다”고 말했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도 “단신들이 주축인 아르헨티나 공격진에는 공격이 안 풀릴 때 전방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드필더들의 역량 부족도 공격 라인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SBS 신연호 해설위원은 “스페인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뿌려줄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많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이 부분에서 떨어져 메시 등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자주 고립된다”고 평가했다.

KBS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문제를 브라질, 스페인 등에 비해 허약한 수비진에서 찾았다. 매 경기 수비 부담이 공격수들에게까지 전가돼 공격력마저 떨어뜨린다는 것. 김 위원은 또 “브라질의 둥가 감독과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맞춤형 전술을 운용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전술 구사 능력이 떨어져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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