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의 루저? 이 남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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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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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cm라는 오리온스 김승현(왼쪽)의 실제 키는 176cm 정도. 하지만 제 아무리 큰 선수도 그의 빠른 돌파를 막기는 힘들다. 사진 제공 KBL
178cm라는 오리온스 김승현(왼쪽)의 실제 키는 176cm 정도. 하지만 제 아무리 큰 선수도 그의 빠른 돌파를 막기는 힘들다. 사진 제공 KBL
국내 최단신 173cm 이현민
178cm의 김승현 등
단신 극복한 신인왕 출신들

NBA 165cm의 보이킨스
5시즌연속 평균 10득점 넘어

“스피드 좋고 자리선점 발군”


유즘 ‘루저(loser·패배자)’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한 여대생이 방송 토크쇼에서 “키 작은 남자를 루저라고 생각한다. 남자 키는 180cm는 돼야 한다”는 발언을 해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키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구 코트에서는 언뜻 보면 장신 선수만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중고교 선수들은 스카우트에 도움이 될까 싶어 키를 실제보다 5cm 가까이 부풀리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키 높이 구두는 아니더라도 신체검사를 할 때 운동화를 신고 조금이라도 더 키를 크게 만들고 싶어 한다.

단신 농구 선수들은 ‘혹시 루저가 아닐까’ 하는 비애를 느끼기도 하지만 오히려 신체적인 핸디캡을 차별화된 강점으로 승화시켜 꽃을 피운 사례도 많다.

오리온스 김승현은 공식 프로필에 키가 178cm로 나온다. 그러나 농구화를 신고 잰 키라 실제는 176c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KT의 선두 질주를 주도하고 있는 신기성도 발표된 키 180cm보다 1, 2cm는 작다. LG 이현민은 173cm로 국내 프로농구 최단신.

키만 따지면 코트에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어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신인왕 출신이다. 학창 시절 “농구를 관두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감각적인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갖췄다. 장신 선수들의 블록 슛을 뚫기 위해 높은 포물선을 그려 던지는 플로터 슛, 훅 슛 등을 연마했다. 혼혈 귀화선수 전태풍(180cm)은 스피드와 득점력을 앞세워 올 시즌 KCC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81cm인 SK 주희정은 국내 선수 중 역대 한 경기 최다 공격 리바운드 기록(12개)을 갖고 있다. 그는 “몸싸움은 큰 선수들에게 밀리지만 자리를 선점하고 공의 위치를 잘 잡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모비스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뒤 LG로 이적한 김현중(180cm)은 “형들이 땅꼬마라고 놀릴 때도 있지만 작아서 상대를 잘 속이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모비스 유재학, 동부 강동희 감독(이상 180cm),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대행(173cm)은 성공적인 현역 시절을 거쳐 ‘사령탑의 꽃’이라는 프로 감독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단신 지도자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단신 선수들의 활약은 돋보인다. 165cm의 얼 보이킨스는 5시즌 연속 경기당 평균 10점 이상을 넣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벤치 프레스를 142kg이나 들어올릴 만큼 힘이 장사인 보이킨스는 NBA를 떠났다 지난주 워싱턴 위저즈와 계약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덩크왕 네이트 로빈슨(뉴욕 닉스)의 키는 175cm에 불과하다. 170cm의 스퍼드 웹은 애틀랜타 호크스에서 뛰던 1986년 역대 최단신 덩크왕에 올랐다. 160cm인 먹시 보그스는 14시즌 동안 코트를 지키며 장수하다 2001년 은퇴했다.

비교적 단신인 183cm의 키에도 4차례 득점왕에 오른 앨런 아이버슨(전 멤피스 그리즐리스)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뒤 이런 말을 남겼다. “농구에서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의 크기가 중요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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