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지방구장 건립계획 반드시 실천해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2일 07시 00분


요즘 겉으로는 야구계가 행복해 보인다. 페넌트레이스는 592만 명의 관중이 들어찼고, 포스트시즌은 41만 명이 넘는 관중 속에 한국시리즈까지 드라마틱하게 끝나 다른 종목 관계자들이 부러움 속에 축하를 해준다.

축하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불확실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야구계에 잠복돼 있다. 또 평소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이제 돔구장이 지어진다니 좋겠습니다”라며 축하해주는 경우가 잦아졌다.

요즘 터져 나오고 있는 돔구장 건립계획 발표는 야구계에서도 어리둥절할 정도다. 안산시, 대구시, 광주시가 구체화되거나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했고 서울시는 이미 고척동 돔구장 건설을 확정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게 사실이다.

비가 새는 구장과 무너질 듯한 구장을 대체하는 돔구장 건설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야구외의 행사가 많이 뒤따라야 하고,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과 함께 타당성 조사가 이뤄져야만 하는 사업이다. 각 지자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곳도 있고, 현실적으로 의문이 가는 곳도 있다.

돔구장을 짓는다는데 웬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곳의 돔구장에 대한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오고 있어 왠지 불안하다.

실제 우선적으로 돔구장 신축이 절실한 곳은 서울이다. 빈번한 국제행사, 대규모 이벤트, 프로야구단 2팀이 함께 사용하는 입지적 조건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좋다. 서울에 국제행사나 국제대회를 치르는 데 손색없는 복합문화공간의 돔이 결정된다면 다른 지역은 여건에 맞는 돔구장이나 일반야구장 규모가 결정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야구계와 일반 팬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일부 지역은 또다시 지자체장의 선심성 공약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광주시의 의욕적인 발표 이면엔 오랫동안 암담했던 시절에 대한 팬들의 인내도 한계에 달한 것이 큰 몫을 했다.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면서, 28년 중 10번이나 우승한 팀이 홈으로 사용하는 야구장이 전남 지역의 유일한 공식 구장인 사실은 해외토픽감이다.

광주시의 고통도 이해는 간다. 가장 중요한 재원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민자유치에 의한 돔구장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아직도 정부차원의 국고지원이 야구계에는 인색하다. 그러나 돔이건 일반구장이건 실현되는 게 중요하다. 즉, 광주팬들이 원하는 건 호화로운 야구장이 아니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야구장이 아닐까 싶다.

놀랄만한 야구붐 속에 거론되고 있는 몇몇 도시들의 돔구장 건설 계획이 나중 놀랄만한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아야 한다. 이번만은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표가 아니기를 야구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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