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축구장서도 ‘부산 갈매기’ ‘남행열차’ 듣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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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어느 순간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응원을 시작했다. 야구팬인 아들의 손에 이끌려 23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았을 때 12년 동안 잠자고 있던 ‘해태의 향수’가 되살아났다. 해태가 전성기를 달릴 때 열성 팬이었던 기자는 1997년 축구를 담당하면서 그 열기가 식었다. 해태와 타이거즈의 법통을 이어받은 KIA가 하위권으로 처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응원 분위기에 추억이 되살아나 다시 ‘KIA 팬’이 됐다.

야구장에는 축구장과는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바로 ‘우리는 하나’라는 지방색이다. 이날 SK 쪽에서는 연방 ‘연안부두’가 흘러나왔고 팬들은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롯데는 ‘부산 갈매기’로 불린다. 경기장에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지면 모든 팬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이 터져라 ‘부산 갈매기’를 외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열광한다.

아쉽게도 축구장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 지역 연고제에 따라 전북 현대, 부산 아이파크, 수원 삼성, FC 서울 등 지역명이 들어가지만 야구장같이 ‘우리는 하나’를 자극하는 지방색이 없다. 10, 20대 주도의 서포터스들이 ‘수원’ ‘전북’ ‘부산’을 외치지만 응원구호에 그칠 뿐이다.

스포츠 종목이 발전하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방색은 불가피하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도 대부분 지방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바스크 등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축구가 도시국가들의 대리전이었다. 잉글랜드는 혈연과 지역을 발판으로 세계 최고의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었다. 일본 J리그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지역 주민을 끌어들여 인기를 끌고 있다.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에 지구촌이 열광하는 것도 바로 내셔널리즘 때문이다.

1983년 돛을 올린 프로축구는 지방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끈끈하게 팬들을 뭉치게 할 수 있는 동력이 K리그에 절실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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