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짠돌이 두산’ 뿌린 만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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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7시 00분


두산. 스포츠동아DB
두산. 스포츠동아DB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SK에 탈락해 올 시즌을 마감한 두산 선수단이 26일 잠실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다. 마무리 훈련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좌절을 맛봤던 두산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가 SK에 3년 연속 막혀 또다시 가을잔치를 쓸쓸하게 끝냈지만 두산은 올 시즌 120%%의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상 선수 속출과 제대로 된 용병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단은 특유의 끈끈함과 뚝심으로 전력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비교했을 때 빈약하기 그지 없는 두산의 소극적인 투자다.

프로스포츠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성적이 난다. 돈이, 성적이 최고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최희섭 서재응 등 해외파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갑을 열고, 능력 있는 용병 영입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쓴 공격적인 투자가 KIA 우승의 밑바탕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6월말, 두산이 SK에서 버린 니코스키를 영입할 때부터 어쩌면 두산은 필연적으로 SK를 넘어설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KIA와 SK가 국내 선수는 물론 용병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등 제대로 된 선수 수급을 위해 열을 올릴 때, 두산 프런트는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했다. 입으로는 “우승이 목표”라고 했지만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실현되지 않았다.

김진 사장은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제를 놓고 “지키지 않으려면 왜 규정을 만들었느냐”며 “우린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규정과 현실’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아래 직원들과는 적잖은 괴리감이 있었다. 프런트 고위층은 그룹에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대신 자신의 책임만 회피하려고 현실에 안주했다.

두산은 최근 수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타 구단 선수들을 영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지난해는 홍성흔이 떠나는 등 매번 선수들을 빼앗기기만 했다. 최근 FA 중 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김동주 하나 뿐이다. 두산은 “우리도 나름대로 돈을 쓴다”고 강변하면서 ‘짠물 구단’이란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 그러나 프런트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평가는 계속 될 것이다.

어느 야구인은 “행여나 올해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더라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투자 없이 우승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두산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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