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채의 사커에세이] 진정한 골의 가치는 기억 속에 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7시 00분


축구에서 모든 골은 한 점으로 기록된다. 공격수가 넣든 수비수가 넣든, 우리 편이 넣든 상대편이 실수로 넣어 주든 간에 무조건 1점이다. 축구에는 만루홈런이나 3점슛 같은 게 없다. 이렇게 단순한 계산방식은 100년이 넘게 유지되어 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골이 똑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해당 경기의 상황이나 대회의 중요성 때문에 엄청난 의미가 부여되는 골이 있는가 하면, 제도적으로 특별한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원정 골 규칙’이 처음 적용된 경기는 1965∼1966시즌 유럽 컵위너스컵, 두클라와 혼베드의 본선 1라운드였다. 혼베드는 프라하 원정 1차전에서 3-2로 이긴 후 부다페스트 홈경기에서 1-2로 지는 바람에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원정 경기에서 한 골을 더 넣었기 때문에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원래 이 규칙이 도입된 취지는 동점으로 인한 3차전 개최를 사전에 방지하고 원정 팀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났다. 오히려 홈 팀이 원정 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게 됐고, 원정 팀은 비기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에 역습에만 의존하게 된 것이다.

1970년부터 독일축구협회와 유럽축구연맹은 승부차기를 적용했다. 이 제도는 도입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그 효율성과 잔인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방식이 본질적으로 골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연장전을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팀플레이가 아니라 개인의 기량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 두 번의 사건이 벌어진 사이에 골든골과 실버골이 도입됐다가 폐지했다. 1993년에 소개된 골든골은 연장전에서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이기도록 한 제도였다. 공격축구를 유도하고 승부차기를 줄여보자는 취지였지만, 말이 씨가 됐던 걸까. 연장전에서 골이 터지는 일이 너무 드물어져서 정말 금싸라기처럼 귀한 골이 되어버렸다. 무리하게 골을 넣으려다 오히려 실점하는 것보다 30분만 버티고 승부차기로 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들 생각한 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2002년에 도입된 실버골의 수명은 더 짧았다. 15분 단위로 연장전을 나눠 진행하는 방식이었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한 팀에겐 불공평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제도의 처음이자 마지막 수혜자였던 그리스는 유로 2004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금은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주 FIFA는 ‘푸스카스 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1950년대 무적의 헝가리 대표팀을 이끌며 85경기에서 84골을 기록한 페렌츠 푸스카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난 한 해 동안 터진 골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경기에서 나온, 정당한 플레이에 의한 골을 다음 달 중 팬 투표로 선정한다고 한다.

골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이제 여러분이 선택할 때가 왔다.

FIFA.COM 에디터

2002월드컵 때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 넷

세상에서 기사를 쓰면서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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