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베이스볼로그] ‘전면 드래프트제’에 발등 찍힌 KBO

  • 입력 2009년 8월 8일 08시 38분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꺼냈죠. 경제시장은 자유의지로 구성됐고, 작동돼 국부(國富)로 연결된단 의미겠죠.

그 범위를 국경 밖으로 확장시킨 것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일 것입니다. ‘국제적 자유거래는 세계를 부유하게 만든다.’ 세계화론(論)도 그 연장선상이겠죠.

그러나 ‘강자의 논리’란 비판에 직면합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보호무역론이 그것인데요.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자국산업의 발전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장벽을 세워놓자는 주장입니다.

리스트는 독일 사람이었죠. 세계인보다 독일인을 앞세운 셈입니다.

#시점을 야구로 돌리면 SK 김성근 감독은 대표적 개방론자에 해당됩니다.

KBO는 그 조직의 숙명 상, 보호론자일 수밖에 없겠고요. 여기서 해외파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이 형성됩니다. 개방론자가 야구 자체, 특히 한국야구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보호론자는 ‘한국 프로야구’란 국적을 강조하지요.

‘관심 경제학’이란 말이 있는데요. 관심을 물이나 석유처럼 유한자원으로 여기는 개념입니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해외파가 잘할수록 한국 프로야구에 관한 관심은 줄어드는 제로섬 관계가 성립됩니다.

실제 1990년대 중반 프로야구의 전성기 무렵 해외파는 배신자 같은 존재였죠. 외화벌이라고도 하지만 중계권료를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입니다.

굳이 따지면 플러스는 국민적 자긍심이란 무형적 만족감 뿐이었죠. 그러나 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최희섭 봉중근 송승준 등 복귀 해외파의 활약은 ‘한국야구의 활로는 개방’이라고 입증합니다.

미국, 일본야구를 적극 수용한 퓨전 마인드, 그리고 선진야구를 습득한 도전정신 충만한 해외파들은 ‘이제 한국프로야구와 한국야구의 진보가 완전 일치하지 않는 시대가 아님’을 몸으로 보여줍니다.

#음주폭행 무기한 실격처분 징계보다 아마추어 해외진출을 더 엄혹하게 벌하는 곳이 KBO입니다. 이런 KBO가 뜻밖에 자승자박을 했죠.

지역연고제를 버리고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 것인데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깔려 있다’고 예기치 않은 사태가 벌어졌죠.

연고지역 선수 관리가 무의미하게 된 구단들은 고교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눈뜨고 바라봅니다.

결국 한국야구가 아닌 한국프로야구를 사활적 이익으로 여기는 위치인 구단과 KBO는 어떤 식으로든 전면 드래프트에 손을 대는 수순을 밟겠죠.

그러나 과연 선수의 직업선택 자유를 처벌로서 막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입니다.

스포츠(선수의 자유로운 도전)와 국가적 산업(돈을 벌어야 생존하는)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가치 판단도 달라지겠지요. ‘임선동 파동’ 이래 아직도 풀리지 않은 딜레마입니다.

gatzby@donga.com

[화보]심수창-조인성 내분 사진
[화보]존슨 호투 덕에 7연패 늪 탈출한 LG
[관련기사]“곪은 게 결국 터졌다” NG난 LG
[관련기사]팀내분 심각성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에나 있는 일” 김재박의 착각
[관련기사]가깝지만 미묘한 배터리의 관계… 서로 믿지못하면 사사건건 파열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