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바뀌고… 팔자도 바뀌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韓美프로야구 울고웃는 트레이드

《“우리 회사 기획부 김 대리하고 그쪽 영업부 박 대리하고 맞바꾸면 어떨까?” 일반 기업에서는 나오기 힘든 얘기다. 직장을 옮기는 경우는 대개 직원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선 다르다. 구단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하루아침에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구단 이해 관계 따라 맞바꾸고 거액에 팔고
추신수-김상현 등 새 팀서 전성시대 맞기도


○ 왜, 어떻게 트레이드를 할까
지난달 31일은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의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는 클리블랜드로부터 사이영상 수상자 클리프 리를 받고 유망주 몇 명을 내줬다. 보스턴 역시 클리블랜드로부터 강타자 빅토르 마르티네스를 받고 유망주들을 내줬다. 필라델피아와 보스턴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검증받은 선수가 필요했고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한 클리블랜드는 미래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끼리 교환하는 것만 트레이드는 아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선수를 파는 경우도 있다.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해 히어로즈가 거액을 받고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에 보내려 했던 것도 그중 하나다. 본인이 원할 때도 있다. 프로야구 최초 트레이드 사례인 1982년 삼성 서정환(전 KIA 감독)이 그랬다. 실력을 갖추고도 같은 팀 오대석에게 밀리던 그는 작고한 서영무 감독에게 다른 팀으로 보내줄 것을 간청했고 이듬해 해태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 전성기를 누렸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1988년 선수협회 결성을 주도하다 구단에 미운털이 박힌 롯데 최동원은 그해 시즌을 마치고 삼성으로 가야 했다.
○ 새로운 기회-퇴장의 전조
자의로 이적 시장에 나오는 자유계약선수(FA)와 달리 트레이드는 그렇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선수에게 트레이드는 반전의 기회다. 시애틀 시절 스즈키 이치로의 그늘에 가려 출장조차 못했지만 클리블랜드 이적 후 간판타자로 자리 잡은 추신수가 대표적이다.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보스턴에 있을 때도 유능한 선수였지만 1920년 돈이 급한 구단주에 의해 뉴욕 양키스로 팔려간 뒤 이를 악물고 ‘세기의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최근 KIA가 7년 만에 단독 선두에 오른 데는 김상현의 활약이 컸다. 방망이만큼은 자신이 있던 그였지만 LG에는 같은 포지션에 정성훈이 버티고 있어 고향 팀으로 돌아오며 각오를 다진 결과다.
직장인에게 이직은 큰 스트레스다. 매일 경기장에서 보는 사이라고 해도 정든 팀을 떠나는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시즌 중이라면 훌쩍이며 짐을 싸는 경우도 다반사다. 분발하지 못한다면 ‘저니맨’이 돼 방황하거나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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