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우승 많이하면 명문구단? NO!

  • 입력 2009년 7월 7일 08시 03분


지난 주말 LG의 두산전 스윕과 롯데의 SK전 위닝시리즈로 올해 프로야구순위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2위 두산은 4위 롯데에게마저 위협당하고 있고, 7위 LG는 4위 싸움에 불을 당겼다.

LG와 SK는 벌써 80게임을 소화했다. 중반을 넘어 이제 후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일찍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중반이후 이렇게 전체 팀이 치열하게 순위싸움을 전개한 예는 거의 없다. 팬들 입장에서는 ‘불구경’이상으로 흥미진진하고 더 이상 재미있을 수가 없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역시 승리보다 더한 ‘가치’가 없다. 인정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스포츠는 승리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 필자는 명문구단의 기준을 성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팀과 팬 문화’의 존재가 명문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보스턴과 시카고 컵스가 우승을 많이 해서 명문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열혈 팬이 많다는 한신은 75년 역사에 재팬시리즈 우승기록은 오직 한번 뿐이다.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는 무조건 지역사회와 팬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한다. 성적은 좋을 때도 있지만 언제 하위권에서 맴돌지 아무도 모른다.

올 시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선수혹사’와 ‘감독중심’의 야구이다. 지난 2년간 SK의 우승으로 SK식 야구가 대세다. 팀 색깔과 상관없이 ‘내일이 없는 야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김성근식 야구’는 김성근 감독에게만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그는 평생 일관되게 자기야구를 해왔다. 그러기에 자기색깔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프로스포츠는 누가 뭐래도 선수중심이 되어야만 팬들이 모이고 리그의 가치가 올라간다. 팬들은 팀과 더불어 선수를 보기위에 경기장에 오지,감독을 보러 경기장에 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존중하는 이유는 그의 일관된 철학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선진야구는 승리만큼이나 팬들을 중요시 여긴다. 로이스터를 보라. 팀이 연패에 빠지고 성적이 최하위에 처져도, 그는 적어도 팬들에게는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팀이 하위권으로 마무리한다면 남은 건 ‘해고’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프로스포츠의 존재가치를 이해하고 있다.

시즌 중반이 되도록 2할대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르시아. 퇴출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가장 힘들고 괴로운 건 본인임에도 팬들에게는 최선을 다한다. 이닝이 바뀔 때마다 사직의 우익수 방면은 가르시아 때문에 흥분하고 열광한다. 연습구를 팬들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가르시아가 던져주는 공을 잡기위해 글러브를 지참한다. 가르시아가 던져주는 9개의 공은 ‘9명의 야구신자’를 매일 양산하고 있다. 병살타를 쳐, ‘미치고 환장하고 싶는 순간’에서도 그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감독과 선수는 결국 ‘이 바닥’을 떠나야 하지만 팬들은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주인공은 ‘팬과 선수’밖에 없음을 야구역사가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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