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박찬호 부진 왜? 과도한 투구수…“5선발도 불안해”

  • 입력 2009년 5월 6일 08시 08분


전성기를 누리던 타자가 해가 바뀐다고 갑자기 추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몇 년은 지속된다. 그러나 투수는 조금 다르다. 전년도에 호투했던 투수가 갑자기 다음 시즌에 죽을 쑤는 경우가 나타난다. 투수에게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투구 밸런스를 되찾지 못해서다. 투수에게는 밸런스 유지가 가장 어렵다. 이런 현상은 특히 시즌 초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MVP인 콜 해멀스(필라델피아)와 조시 베켓(보스턴)은 승패를 떠나 올 시즌 초 무려 7점대, 8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두 투수의 방어율이 현재처럼 이어질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정상으로 회복된다. 누가 빨리 회복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필라델피아 제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박찬호(사진)는 찰리 매뉴얼 감독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투수가 정규시즌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구위를 되찾는 경우는 흔하지만 박찬호처럼 반대로 가는 투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에이스였다가 정규시즌 부진으로 불펜 추락 위기에 몰려 있다.

매뉴얼 감독도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다른 투수들(5선발 경쟁자들)을 압도하면서 매우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투구수가 너무 많고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호는 선발 4경기에서 한번도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플로리다전에서 7이닝 4실점하는 동안 던진 99개가 그나마 효과적인 투구수였다. 콜로라도전 3.1이닝에 96개, 샌디에이고전 5이닝에 88개, 뉴욕 메츠전 4.1이닝에 106개였다. 이 3경기를 합하면 평균 한 이닝에 23개의 볼을 던졌다. 이런 식으로 5이닝만 던져도 투구수는 115개다.

메이저리그에서 투구수를 바이블처럼 여기는 이유는 과다 투구를 했을 때 다음 이닝에서 심한 난조를 보이고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해서다. 게다가 수비가 길어지면서 동료 야수들의 실책을 유발할 수 있어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박찬호는 원래 투구수가 적은 피처는 아니다. 전성기에도 투구수가 많은 편이었다. 제구력 불안이 결정적이다. 필라델피아는 박찬호를 7일(한국시간) 뉴욕 메츠 원정 선발로 예고했다. 박찬호에게는 자칫 선발 마지막 ‘수능’이 될 수도 있다. 상대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피처 좌완 요한 산타나(3승1패·방어율 1.10)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자신의 피칭을 되찾는다면 5선발 자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 JA 햅 등 경쟁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이날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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