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계보 이은 하승진 ‘꽃피는 봄’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45분


서장훈-김주성 뒤이어 ‘장신화 숙원’ 해결

체력-경험미숙 보완… 갈수록 메가톤급 위력

올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은 ‘하승진 시리즈’라도 된 것 같다. 코트에는 10명이 뛰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KCC의 인간 장대 하승진(25세·222cm)에게 집중된다. 신인 하승진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 서장훈(207cm)을 제친 데 이어 4강전에서는 동부 김주성(205cm)을 무너뜨렸다.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도 하승진의 손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하승진이 봉쇄된 1차전에선 삼성이 이겼다. 반면 하승진이 베이스라인 쪽으로 위치를 잡으며 삼성 수비를 무력화한 2차전에서는 KCC가 설욕했다. 하승진이 승리의 열쇠인 셈이다.

한국농구 역사를 훑어보면 빅맨들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60년대 초 백남정(188cm)이 원조로 꼽히며 김영일(189cm) 박한(192cm)은 1969년 방콕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농구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1970년대에는 신선우(189cm) 조동우(195cm) 등이 주목받았다. 신선우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의 금메달 주역. 요즘은 190cm대의 가드가 즐비하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는 180cm대의 센터들이 뛰어난 볼 배급 능력과 세밀한 개인기를 앞세워 내외곽을 넘나들었다. 1980년대 중반 한기범(207cm)과 김유택(198cm)은 고공 농구 시대를 열었다. 1990년대 서장훈과 2000년대 김주성은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서장훈과 김주성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이런 선배들의 계보를 잇고 있는 하승진의 최대 장점은 보기 드문 체격과 영리한 두뇌에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 미국프로농구에 진출했을 때 지적되던 체력 저하와 경험 미숙을 보완하면서 경기가 거듭될수록 위력이 높아지고 있다. 박한 전 대학농구연맹 회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움직임이 좋아졌다. 한국 농구의 숙원인 장신화가 비로소 이뤄질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유택 대표팀 코치는 “경험과 요령이 붙으면서 적응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마침 KCC 허재 감독은 현역과 지도자로 한기범 김유택 서장훈 김주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하승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센터 출신인 삼성 안준호 감독은 “솔직히 승진이가 버겁다. 우리 선수들이 비장한 각오로 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하승진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올 시즌 챔피언 트로피의 방향은 거기에 달려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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