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한국야구 먹칠하는 ‘엿장수 행정’

  • 입력 2009년 4월 9일 07시 53분


‘연희전문(현 연세대) 주최 본사후원의 제2회 중등학교(현 고교)야구대회는 작십일일 오후 2시반 연희전문학교 운동장에서 거행되엇다. 입장식이 있은 후 3시 25분부터 중앙 대 휘문의 결승이 열린 바 소정의 9회까지 3-3동점으로 연장전에 들어가 16회까지 양군이 서로 기회를 놓치면서 득점이 없이 흐르다가 17회에 들어가 중앙군 일거에 5점을 얻어 8대3으로 우승하였다. 이와 같이 우승한 중앙고보군에게 우승기를 대회회장 <언더우드> 박사로 수여한 바….’(1937년 6월 12일자 동아일보 스포츠기사 원문)

당시 이 야구결승전은 장안에서 큰 화젯거리였다고 한다. 최초이자 최장기록이라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특히 9회까지 득점상황을 보더라도 초창기 한국야구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준 것으로 보여진다.

2008년 프로야구에서도 KIA-히어로즈의 1박2일 연장전과 두산-한화의 18회 연장전은 야구팬들에게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했다. 선수나 감독 관계자 모두가 힘들고 후유증도 팀 성적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필자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코치로 있을 때 더블헤더 경기가 이틀 연속으로 진행되고 결국 3일 동안 5연전을 치른 경우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더블헤더가 잡힌 날 우천으로 첫 경기부터 3시간 지연되어 제2경기까지 마친 시간이 새벽 3시였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그날 끝까지 지켜본 관중이 2만(6만석) 명이 넘었다고 한다.

선수단 이동수단이 비록 비행기라 하더라도 야간에 먼 거리를 생각하면 우리보다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그들은 경기수를 줄이자거나 제도를 바꾸자는 소리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 장기 레이스란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마라톤이란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력만 가지고 우열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토털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라톤의 조건이 일정치 않다면 그 기록은 인정을 받지 못하듯 프로야구도 잦은 제도변경이나 경기수 조절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팬들도 원치 않고 야구규칙에도 없는 제도를 현장관계자들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엿장수 행정은 이제 세계정상의 반열에 오른 한국야구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기에 해본 얘기다.

전 LG·한화·히어로즈 감독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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