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364m 베이스캠프에 6t 무게 짐 언제 다 올리나”

  • 입력 2009년 3월 30일 02시 59분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선 박영석 원정대의 첫 번째 고민은 짐과의 싸움. 원정대가 두 달 가까이 머물 베이스캠프(5364m)에 각종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데 먹을거리와 장비의 무게가 6t에 이른다. 셰르파들이 차에 짐을 싣고 있다. 카트만두=황인찬 기자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선 박영석 원정대의 첫 번째 고민은 짐과의 싸움. 원정대가 두 달 가까이 머물 베이스캠프(5364m)에 각종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데 먹을거리와 장비의 무게가 6t에 이른다. 셰르파들이 차에 짐을 싣고 있다. 카트만두=황인찬 기자
“조금 있으면 전기가 나갈 거예요.”

신동민 대원(35)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얘기했다. 기자는 ‘설마’했지만 거짓말처럼 몇 분 뒤 전기가 나갔다. 식당은 석유램프로 불을 밝혔다.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네팔은 전기를 제한 공급하고 있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씩, 하루 최대 8시간이다. 한 현지인은 “한번 전기가 들어오면 4시간을 넘긴 적이 없다”면서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은 몰라도 끊기는 시간은 안다”며 웃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7시간 만에 도착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해발 1400m에 위치한 고산도시의 3월 말은 한국의 5월처럼 청명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을 위해 26일 한국을 출발한 박영석 원정대 본진은 미리 온 선발대와 합류했다. 30일 박영석 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까지 도착하면 비로소 원정대 전체가 네팔 땅을 밟게 된다.

원정대 음식-장비 수송 ‘진땀’

네팔 한국 식당에 숙소를 마련한 원정대의 요즘 일과는 짐과의 싸움이다. 원정대가 두 달 가까이 머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에 각종 물자를 수송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직접 정상 공격에 나서는 원정대원은 박 대장을 비롯해 6명. 각종 물자를 운반해줄 셰르파는 8명이다. 베이스캠프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쿡(조리장)’과 ‘키친보이(보조 요리사)’까지 합하면 5명이 추가된다. 여기에 기자를 포함해 지원 인력까지 합하면 베이스캠프 인원은 총 27명에 이른다.

이들이 두 달 가까이의 원정 기간에 먹을 음식 재료는 이렇다. 쌀 120kg, 김치 70kg, 계란 950개, 물소 뒷다리 1개(약 25kg), 닭 20마리, 동태 15마리, 조기 200마리, 양파와 마늘 등 각종 야채 550kg 등. 이 밖에 각종 간식과 과자, 라면까지 합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항공편→야크 수십마리 이용

여기에 텐트, 산소통 등 각종 등산 장비를 합하면 짐 무게만 6t에 달한다. 이 무게의 짐을 5000m가 넘는 베이스캠프에 무사히 올려놓는 것이 요즘 원정대의 최대 과제다. 짐을 ‘에베레스트 관문’으로 불리는 루클라(2860m)로 항공편을 통해 부쳐야 한다. 이후에는 수십 마리의 야크를 이용해 짐을 실어 올린다.

‘첫 단추’인 루클라에 항공편으로 짐을 부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다. 외국 원정대들이 봄철인 요즘 몰리는 데다 루클라 공항이 협소해 조금만 날씨가 안 좋아도 비행기가 뜨지 못하기 때문이다. 28일에도 작은 트럭 한 대 분량의 짐을 부치기 위해 공항을 찾았으나 비행기가 뜨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에베레스트 근처로 가는 길조차 만만치 않은 셈이다.

김영미 대원(29)은 “지난해 오전 5시에 일어나 공항에 갔다가 짐을 부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을 1주일이나 반복했다”면서 “이번에도 공항을 제법 들락날락해야 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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