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감동, 대한민국 야구는 □이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희생… 패기… 끝나지 않은 도전

부담 큰 대회 김인식감독 등 ‘희생’ 솔선

겁없는 20대 선수들 소중한 경험 쌓아

톱니바퀴 수비-계투에 ‘토털 야구’ 찬사

한국 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위대한 도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본에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뤄낸 9전 전승 퍼펙트 금메달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야구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렸다. 희생과 패기로 똘똘 뭉쳐 톱니바퀴처럼 움직인 한국 야구는 강했다.

○ 한국 야구는 ‘희생’이다

“희생하는 마음으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의 출발은 ‘희생’에서 시작됐다. 팀 성적과 건강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아무도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 하지 않을 때 ‘국민 사령탑’ 김인식 감독(62·한화)은 3년 전 1회 WBC 대회에 이어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말로 자기희생의 절정을 국민에게 보여줬다. 4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아직도 몸이 편치 않지만 나라를 위해 어려움을 감수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몸값을 받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각 구단이 “다치면 우리만 손해”라며 대회 출전에 몸을 사릴 때 한국 선수들은 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건 더 없는 영광”이라며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응했다.

팀 내 선발 경쟁 때문에 대회 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박찬호(필라델피아)가 국가대표 은퇴를 밝히며 흘린 눈물도 한국 야구의 밑거름인 자기희생의 한 단면이다.

○ 한국 야구는 ‘패기’다

윤석민(23·KIA), 류현진(22·한화), 최정(22·SK), 김현수(21·두산), 이용규(24·KIA), 강민호(24·롯데). 20대 초반의 이들은 자신들보다 수십 배의 몸값을 받는 거물급 선수를 만나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패기를 보여줬다. 외국 언론은 가슴이 설렐 만큼 활기찬 야구를 한다는 의미로 ‘파핑(popping) 베이스볼 팀’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젊은 피를 수혈해 투타에서 세대교체를 완성한 한국 야구는 이제 어떤 팀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로 세계 야구사를 다시 썼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패기에 경험이 더해지면 더욱 무서워질 것”이라며 세계 언론에 한국 야구를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 한국 야구는 ‘톱니바퀴’다

세계 야구팬은 톱니바퀴처럼 짜여 돌아가는 한국 야구의 움직임에 경탄했다.

“누가 한국 야구를 스몰 볼이라 했나요. 스몰 볼, 빅 볼이 따로 없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토털 베이스볼입니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을 중계하던 외국 방송의 한 해설자는 한국 야구의 조직력에 혀를 내둘렀다.

한국은 그림 같은 콤비 플레이로 수많은 위기를 병살로 막았다. 잘 짜인 투수진은 선발과 불펜, 마무리가 모두 제 역할을 다했다.

적장인 하라 다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요미우리)도 “타격과 수비, 베이스 러닝 모든 면에서 약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한국 야구를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더그아웃을 지키던 고영민(두산)은 대타로 출전해 홈런으로 화답했다. 부진한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끝까지 믿었더니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달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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