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관점에서 본 한국 야구

  • 입력 2009년 3월 24일 21시 00분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 구성원이 똘똘 뭉치는 '한국식 야구'가 척박한 국내외 경영 여건을 돌파할 수 있는 모범 답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번 대회에서 재조명된 한국 야구의 힘을 경영학의 관점에서 분석해봤다.

●성공하는 기업과 닮은 한국 야구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 요인은 네 가지 툴(tool)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경영자가 뛰어나거나(주체 기반 이론) △해당 업종의 상황이 좋거나(환경 기반 이론) △조직원들이 보유한 기술이 우수하거나(자원 기반 이론) △조직 운용 시스템이 훌륭하다(매커니즘 이론)는 점이다.

조 교수는 이들 이론을 한국 야구에 접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팀원들을 격려한 김인식 감독(경영자), 국민들의 열광적 성원과 시대적 긴장감(환경), 선수들의 역량(자원), 어려울 때 뭉치는 단결력(매커니즘)이 성공하는 기업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은 야구 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조직 내 우수 자원에 의지하는 '자원 기반 이론'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봉이 수백 억 원대인 '메이저리거'들을 놀라게 한 한국 야구는 자원이 부족해도 정신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조직을 앞세우는 '아시아적 가치'가 서구 사회의 개인주의를 눌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환 LG트윈스 단장은 "태극 마크를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선수들의 애국심,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팀플레이가 한국 기업에도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신뢰의 리더십이 중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김 감독의 용병술은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타격이 부진하던 대표팀 내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는 준결승과 결승,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낮게 떨어지는 구위의 투수에 위로 올려치는 추 선수를 등용한 건 '자원을 적재적소에 잘 배분'한 예다.

인사조직 컨설팅회사 헤이그룹의 김기령 대표는 한국 야구의 성공 요인을 △감독의 덕장(德將) 리더십 △강약 조절이 탁월한 조직관리 △'채찍'보다 '당근' 중심의 상벌체제 등 세 가지로 분석했다.

김 대표는 "어려운 때일수록 조직 리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며 "신뢰는 상호적인·만큼 리더가 신뢰를 주면 팀원들도 성과로 보답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앵거스가 쓴 '메이저리그 경영학'에서도 "감독의 능력은 승리 여부보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냈는지 여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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