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김인식 리더십③] 김忍식… 기다림의 승부학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3월 23일 08시 07분



‘5할의 승리를 최상으로 하고 7할을 중(中)으로 하며 10할을 최하로 한다. 5할의 승리는 탄력을 낳지만 7할은 게으름을 낳으며 10할은 오만을 낳는다.’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전국시대의 명장 다케다 신겐의 승부론이다.

김인식 야구를 보면 지는 경기는 너무 쉽게 진다. 연패 땐 대책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김 감독은 적어도 겉으론 태연자약하다.

김 감독의 통산 승률은 5할(934승 948패 42무)이 안 된다. 진 적이 더 많았다. 심지어 김 감독은 꼴찌도 두 번 해봤다. 우승 다음 시즌에 바닥까지 떨어져봤다.

김인식 리더십의 승부론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다. ‘언제’란 타이밍에 방점이 찍힌다. 승부처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경지다.

‘정치의 달인’ JP는 “인내란 인내할 수 없는 것을 인내하는 것”이라 했다. 맞수인 SK 김성근 감독은 평한다. “움직일 줄 알았는데 안 움직인다. 그래서 김인식이 어렵다.”

김 감독은 한 삽 한 삽 꾸준히 떠서 굴을 파지 않는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놓고 한 방에 터뜨리는 쪽이다.

이 방식은 화끈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실패하면 파묻힐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화약더미가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력, 타이밍이 오면 지체 없이 불을 질러 버리는 천부적 배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김인식 야구는 짜릿하다.

단기전은 더욱 그렇다. 질 땐 대패해 충격을 줄이고, 이길 땐 아슬아슬하게 이겨 기세를 살린다. 다케다 신겐과 통한다.

김 감독은 도쿄라운드에서 일본전 2-14 콜드게임 패의 굴욕을 ‘감수’했다. 그래봤자 ‘1패’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전, 비주전 편차가 심한 한국의 전력을 감안해) 다 이기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 후 다시 만난 일본을 1-0으로 셧아웃시킬 때 김 감독은 살벌한 투수교체를 보여줬다.

타이밍이 왔다고 판단하면 목숨을 건다. ‘잘 질줄 알기에 끝내 이길 수 있는’ 김인식 스타일 승부의 미학이다.

또 하나 김인식 리더십의 매력은 생존력이다.

화약이 늘 잘 붙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자주 질 수밖에 없건만 김 감독은 살아있다.

살아 남아있기 때문에 숱한 작은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단 한 번의 큰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 견디는 건 순전히 김 감독의 내공이다.

CNN은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one&only’라 수식했다.

김인식 리더십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모방이 안 된다. 그래서 김인식 리더십 역시 ‘one&only’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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